은혼식(銀婚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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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의 일이다. IMF가 예고된 1997년 전국에서 9만 3000쌍이 이혼했다. IMF가 본격화된 1998년에는 무려 12만 4000쌍이 이혼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이혼 건수가 33.3%나 늘어난 것이다.

이 때 한국사회에 유행병처럼 번진 것이 ‘위장 이혼’이었다.

남편이 혹은 아내가 친척이나 친구 또는 선후배의 금융 대출에 보증 섰다가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하자 생각해낸 것이 호적상으로만 갈라서는 방식이다. 가정을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었다.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세금폭탄이란 변종(變種)이 위장 이혼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이혼만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우리사회에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른바 ‘리마인드 웨딩(Remind Wedding)’이 새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부부가 결혼한 날을 기억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다.

한마디로 부부애를 다지기 위한 날이다. 결혼할 때 주위로부터 한 다발의 축복을 받은 사랑하는 남녀가 기대대로 모두 건재하다는 것을 축하하고 사회에 알리는 뜻도 담겨있다. 비록 서양에서 전래된 것이지만, 여러 가지로 취할 장점이 많다고 본다.

결혼기념일 축하가 부부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정과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건강성을 듬뿍 안고 있기 때문이다.

▲결혼기념일은 저마다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결혼 1주년을 호적에 글자도 마르지 않은 상태라 하여 지혼식(紙婚式), 5주년을 나무를 심어 정성껏 키우는 심정이라 하여 목혼식(木婚式), 10주년을 놋쇠그릇에 녹이 쓸 정도의 세월을 함께했다 하여 석혼식(錫婚式) 이라고 부르는 식이다. 또 결혼 20주년을 투박한 질그릇은 깨져도 붙여서 다시 쓸 수 있다고 하여 도자기혼식(陶磁器婚式)이라 한다. 이렇듯 결혼주기를 기념하는 명칭은 다채롭지만 아직은 생소하다는 느낌이다. 보통은 결혼 25주년인 은혼식(銀婚式)과 50주년인 금혼식(金婚式)을 축하하는 예가 많다.

마침 오는 13일 선배 부부의 은혼식이 제주시내 성당에서 치러진다. 닦으면 번쩍번쩍 윤이 나는 은제품처럼 서로를 격려하며 금혼식을 향해 걸어가기를 축원해 올린다. 그런데 이들은 주위를 무색케 하는 ‘닭살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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