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 않아! 일부러 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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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언니와 6살 동생이 놀다 언니가 동생을 때렸다. 동생이 와서 고자질하는데 언니는 일부러 때린 게 아니라고 한다. ‘일부러’가 아니라도 때린 건 잘못이니 사과하라는 엄마 말에 “미안하지 않아. 놀다가 그렇게 된 건데”라고 주장한다. 엄마가 보기에 괘씸해서 늘 같이 자던 것을 혼자 자게 했다고 한다. 그게 벌이다. 그런데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자더니 다음 날 아침, 둘이 사이좋게 놀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언니 왈 “제가 먼저 사과했어요”.

 

잘 놀다가 실수로 동생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엄마한테 가서 고자질하는 것부터 언니는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때라도 엄마가 동생에게 먼저 “이렇게 놀다가 건드리게 된 것은 때리는 것과는 달라. 엄마한테 이야기해도 엄마가 어떻게 해줄 수 없지”라고 중심을 잡아야 했다. 그런 다음에 언니를 보고 어떻게 된 건지 변명할 기회를 주고 아이의 생각을 읽어주어야 했다.

 

“그랬구나. 그러면 언니도 억울하겠네. 그래도 서로 싸우지 않고 엄마한테 차근차근 이야기해줘서 참 좋구나.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할까?” 이러면 언니나 동생 모두 이제부터는 더 조심하겠다고 할 것이다. 놀 때는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회여야 한다. 그러면 언니 입장에서도 공평하다고 생각해서 자기가 실수로 한 부분을 인정하고 사과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언니 입장에서 보면 엄마는 당연히 고자질하는 동생 편에 선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 ‘아무리 실수라도 사과해야 한다’며 자신에게만 강요하니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안하지 않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라고 반응한 것이다. 그랬다가 잘 자고 난 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사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사과를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언니인가! 이 부분은 크게 인정해주고 칭찬할 일이다.

 

아무리 사이좋은 형제, 자매 사이라도 놀다가 이런 일은 자주 생길 수 있다. 그러면 그때마다 부모가 재판을 해주려고 생각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놀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스스로 그 문제를 조율해나갈 수 있는 것이 대인관계 기술을 익히는 계기가 된다. 웬만한 다툼은 모른 척하고 지나치자. 그러다 정말 재미있게 노는 순간 한마디 하면 된다.

 

“얘들아! 너희들이 이렇게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니까 엄마가 아주 많이 행복해.”

 

그 순간 아이들의 가슴에는 ‘우애’의 의미가 깊게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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