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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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들의 만남의 장인 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

“있을 땐 몰랐는데…집사람 자리가 크게 느껴져요. 이번 설에는 무엇이든 손에 안 잡히네요.”

“시방 가슴이 설렙니다. 뭔 말인고 하니 아내가 비행기 타고 한국에 온답니다. 앞으로 두 달만은 홀아비 신세 면합니다. 밥! 안 해도 됩니다. 청소! 안 해도 됩니다. 빨래!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청소만은 같이 하렵니다.”

“애고 속 쓰려라, 집에도 못 가고 또 술을 퍼부었더니 결국 배가 탈이 나고 말았어요. 요즘엔 술 먹으면 날짜 변경선 넘는 게 당연하게 되어버렸으니, 이러면 안 되는데….”

2월중 기러기 아빠들이 토로한 말.말.말의 일부.

이 게시판에는 “왜 보내야만 했는가”라는 자조 섞인 내용도 많다.

▲언제부터인가, 조기 영어교육과 조기 유학 바람이 학부모들을 짓누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선 기러기 아빠라는 말이 낯설지만은 않다.
자녀와 아내를 해외로 보낸 ‘나 홀로 가장’을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그래서 그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자녀 교육열이 만들어낸 신조어인 셈이다.

원래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이 금실이 좋아 평생 절의를 지킨다 한다.
조선시대 부녀자들의 예의범절 등을 기록한 ‘규합총서(閨閤叢書)’에서는 기러기를 일컬어 ‘신(信).예(禮).절(節).지(智)의 덕이 있다’고 했다.

이렇듯 일평생 부부동체를 실천하는 기러기. 암컷이 없어도 수컷 혼자서 새끼를 잘 키운다.

아마 기러기 아빠라는 말은 여기서 생겨나지 않았는가 싶다.

▲이에 질세라, 최근엔 ‘기러기 엄마’까지 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엄마가 국내에서 홀로 가장이다.
전문직 등 안정된 취업 주부가 늘면서,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아빠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란다.
서로의 역할에 아빠와 엄마를 달리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기러기 아빠이건, 기러기 엄마이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게 있다.
각오는 했으나,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북받친다는 것이다.

가족은 함께 사는 게 최고라지만, 숨막히는 교육현장을 벗어난다기에 어쩌겠는가.

기러기 엄마들이 동호 사이트를 통해 어려움을 토로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더는 기러기 가족이 생겨나지 않기를, 새학기 준비를 앞둔 우리 공교육에 기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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