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태고의 신비 간직한 제주고사리삼 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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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곶자왈 ‘동백동산’
   
▲ 선흘곶자왈 내에 흘러내린 빗물이 낮은 지대로 모여 형성된 ‘먼물깍’ 연못 전경.

모든 동·식물은 종·속·과·목·강·문·계의 일곱 단계 순서로 분류된다. 대개 여러 ‘종’이 있어야 한 ‘속’이 되는데 1속 1종인 희귀식물이 있다. 바로 원시 고사리 식물인 ‘제주고사리삼’이다.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분포하고, 그것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곶자왈 ‘동백동산’에서 드물게 자란다.

6000만년 전에 살았던 이 식물은 여러 종으로 분화하지 않고 하나의 종으로 남아서 살아있는 화석으로 꼽힌다.

이 식물이 자생하는 동백동산의 입구는 선흘분교를 지나면 바로 나온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제주고사리삼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직접 찾아보겠다”고 하자, 박현수 선흘1리장이 웃음을 짓는다.

광활한 숲 속에서 제주고사리삼을 찾는 것은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는 거나 다름없어서다.

동백동산 면적은 59만㎡로 제주도 평지에 있는 난대상록수림지대 중 최대 규모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동백동산은 한 겨울에도 덩굴식물과 양치류가 무성해 푸른 신록을 띄고 있다.

처음 800m 구간은 평범한 숲길이 펼쳐진다. 정주석에 정낭이 걸쳐진 제2의 문을 나서면 본격적인 곶자왈지대가 펼쳐지는 데 처음 마주하는 것은 ‘먼물깍’ 연못이다.

곶자왈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낮은 지대로 모여 형성된 먼물깍에는 멸종위기 수생식물인 ‘순채’가 자생한다.

이어 20분 정도 더 들어가면 가는쇠고사리, 참일엽, 물부추, 석위 등을 만날 수 있는 양치식물 관찰지가 나온다.

겨울에도 난대식물인 콩짜개난이 나무와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참 더 숲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석상인 ‘상돌 언덕’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돌계단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왼쪽은 막혔고, 오른쪽이 바른 길이다.

동백동산은 이정표가 500m 간격으로 멀리 떨어진데다 나뭇가지마다 리본 표식이 없어 자칫 길을 헤맬 수 있다.

하지만 탐방로 곳곳에 설치된 ‘돌의자’가 길잡이를 해주면서 걱정은 붙들어매도 된다.

동백동산의 전체 탐방코스는 4.7㎞로 4시간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으나 현재는 선흘분교 서쪽 입구에서 남쪽 입구까지 2.7㎞만 개방됐다. 나머지 반쪽 길은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 작업으로 진입이 통제됐다.

동백동산은 동백나무가 전체 수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해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30m 높이의 아름드리 구실잣밤나무, 종가시나무, 사스레피나무에 가려 키 작은 동백나무는 쉽게 눈에 띄질 않는다.

낮에 탐방을 나섰으나 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햇살은 보기 어려웠다. 숲 속은 마치 어슴푸레 어둠이 깔린 것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동백동산은 선흘 주민들의 생활터전이었다.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숯가마는 1960년대까지 민초들의 생계 수단이었다.

주민들은 또 연못에서 깨끗한 물을 얻었고, 동백나무 열매와 씨로 기름을 짜냈다. 지천에 널려 있는 나무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될 뻔한 동백동산은 1971년 지방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동백동산은 2011년 국내에서 15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이름을 올렸다. 이란의 휴양도시인 ‘람사르’에선 1971년 습지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이 제정된 바 있다.

습기가 많아 축축한 땅이 습지다. 여름철 온습도가 100%에 이르는 동백동산은 전체 면적의 70%가 습지로 변해 아마존 밀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고 한다. 올 여름, 동백동산을 다시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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