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선진현장을 가다 - (8)프랑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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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 정책만이 국가 경쟁력 담보

프랑스 파리의 교통 체증은 유럽 대도시 중 악명이 높다. 출.퇴근 시간대가 되면 파리 시내를 감싸는 두 개의 순환도로는 항상 차들로 가득 찬다. 물론 좁은 지역에 사람들이 몰려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교통 지옥’이라 말하는 파리의 체증은 솔직히 서울의 잣대에서 보면 ‘소통 원활’측에 속한다. 파리 시민들은 여전히 불평을 늘어놓지만 파리의 교통 정체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프랑스 정부의 50년 노력 때문이다.

제2차세계대전을 전후해 파리는 우리의 1960, 1970년대처럼 고향을 떠나 수도로 몰려든 지방민들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 현상을 맞게 된다. 이때부터 프랑스 사회에서는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의 황폐’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1947년 그라비어가 주창한 ‘파리와 프랑스 사막’론. 지방의 몰락을 사막으로 표현한 그라비어의 주장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1950년부터 ‘지방분권 정책’을 펴게 된다.

프랑스는 분권.분산 정책 수행을 위해 수도권 억제책과 지방발전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우선 파리의 팽창을 막기 위해 프랑스 당국이 도입한 제도는 건축허가제(1955년)와 과밀부담금(1960년) 제도. 수도권내 공장 등 산업시설의 신설을 막기 위해 우리의 ‘수도권 공장총량제’와 같이 강력한 규제책을 마련하고 신규 건축물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매기는 정책을 추진해 온 것이다. 아직도 두 제도는 프랑스의 수도권 억제책의 주요한 골격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이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인구 비중은 1962년 18.2%에서 1999년 18.6%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택 증가율과 대학생 수의 증가율은 감소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프랑스의 수도권 정책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지방분권’ 정책뿐 아니라 수도권 억제책에도 지방 대표가 참여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의회 의원이 멤버로 참가하는 지방분산위원회에서 수도권 건축허가 절차에 개입해 왔다.

지방분산위와 분권추진 관련 기구 등이 2000년 합쳐져 만들어진 씨텝(citep)의 레모드씨는 “씨텝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수도권의 건축허가제도에 개입하는 것 외에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의 수도권 지역내 설립시 승인권을 가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분산정책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기존 행정기관의 지방 이전 작업도 수행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지방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정책들을 펼쳐 왔다. 대표적인 것이 1969년부터 시작한 첨단산업지대 육성과 균형도시 정책이다.

지역별 산업특화전략에 의해 조성돼온 첨단산업지대에는 대학.연구소와 첨단업체들이 들어서 있으며 현재 프랑스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최초의 첨단산업지대로 만들어진 니스 인근의 발보네의 경우 다국적 화학업체인 다우사를 비롯해 국내외 800여 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으며 1만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균형도시 정책은 파리에 대응하는 지방거점도시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1964년부터 리옹.마르세유.낭시.스트라스부르 등 12개의 지방중심도시를 거점도시로 선정해 집중적인 지원책을 펼쳐 왔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분권.분산 성적표는 유럽내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인구는 물론 국민총생산의 29%, 공공연구기관의 55%와 500대 대기업 본사의 75%가 파리에 몰려 있다.

또 대학 정원의 20%와 고급행정관료의 40%, 증권시장의 96%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권을 잡은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53)가 ‘분권’만이 국가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며 강력한 분권정책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파리의 팽창을 막는 데 반세기를 투자하고도 아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프랑스의 교훈은 이제 ‘지방 분권’을 외치기 시작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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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6사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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