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하늘 날아다니던 산, 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다
(5)하늘 날아다니던 산, 바다에 떨어져 섬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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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섬 속의 섬’ 비양도(飛揚島)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앞 바다에 위치했으며 동서 길이가 1.02㎞, 남북 길이가 1.13㎞로 전체적으로 타원형의 형태를 지녔다.

 

코발트빛 바다를 자랑하는 비양도는 제주에서도 빼어난 비경 가운데 한 곳으로 손꼽히는 것은 물론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섬이라는 점에서 지질학적 가치도 크다.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이 섬을 최근 취재차 찾았다.

섬에 가기 위해 한림항에서 하루 세 차례 운항하는 도항선에 몸을 실었다. 과자 한 조각을 들고 날아드는 갈매기를 희롱하며 짙푸른 바다를 감상하길 15분. 마침내 비양도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온전히 드러냈다.

 

배에서 내리고 선착장을 나서자 이곳의 ‘명물 음식’인 보말죽을 파는 한 식당이 눈에 띈다. 아침에 배를 타서 점심 전이라 탐방에 앞서 고소한 보말죽 한 그릇을 즐겨볼까 하다가 섬을 다 돌고 떠나기 전에 맛보는 것이 가장 좋다기에 섬 구경부터 나선다.

 

섬에 나 있는 일주도로를 느릿느릿 걸으며 한 바퀴 돌아도 한 시간 거리가 채 되지 않는다. 언덕 하나 없이 평탄한 길. 섬이라고 해도 이런 ‘걷기의 천국’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걷는 내내 차량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이 섬이 가진 큰 매력이다.

 

길을 걷다보니 바다와 어우러진 다양한 모양의 화산석들이 눈에 띈다. 모르고 지나칠 만큼 지천에 널려 있어 이 섬이 ‘살아있는 화산 박물관’이라 불리는 이유를 실감케 한다.

 

여유로운 탐방을 마치고 등산로를 따라 섬 중앙에 우뚝 솟은 비양봉에 올랐다. 등대가 있는 꼭대기에 다다르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한라산을 품은 제주도가 온전히 한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장엄하기까지 한 그 절경. 카메라에 담아 가는 것은 당연지사다.

 

▲‘날아온 섬’ 비양도

비양도는 그 이름에서부터 전설을 품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중국에 있던 이름 모를 산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이 산은 제주로 날아와 마침내 한림읍 협재리 앞 바다에 이르러 떨어졌다. 그런데 이 산은 잘못 날아왔다며 획 돌아 다시 날아가려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산은 그 자리에 멈추게 됐고 돌아앉은 모양 그대로 섬이 되고 말았다. 이후 사람들은 이 섬을 ‘날아온(飛揚) 섬’이란 뜻으로 비양도라 불렀다고 한다.

 

듣는 이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진다.

옛날 섬이 바다 위를 떠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중국에 있던 한 섬도 조류에 떠내려 이리저리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한림읍 앞 바다에 이르렀다. 하루는 한 해녀가 물질을 하고 있는데 난데없는 큰 섬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했다.

 

해녀는 잠시 쉬기 위해 그 섬에 올라갔다. 한참을 쉬던 해녀는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져 하는 수 없이 섬 위에서 소변을 보았다. 그러자 섬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는 것이다. 그 섬이 바로 비양도다.

 

이 밖에도 한라산이 화산 폭발을 할 때 산꼭대기 한 조각이 날아가서 바다에 떨어져 비양도가 됐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애달픈 전설을 간직한 ‘애기 업은 돌’

비양도의 북쪽 해안가에 있는 바위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일명 ‘애기 업은 돌’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제439호인 용암기종이다.

 

마치 임신한 여인이 등에 젖먹이를 업은 형상을 하고 있어 자못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바위에는 애달픈 전설이 서려있다.

 

130여 년 전 구좌읍 김녕리에 사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 위해 비양도를 찾았다. 물질을 마치고 모두 돌아갔으나 어찌된 일인지 한 해녀만이 섬에 남게 됐다. 이 해녀는 아기를 업은 채 남편이 자신을 데리러 와주기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하지만 남편은 끝내 오지 않았고 오랜 기다림에 지친 이 해녀는 선 채로 그만 돌이 되고 말았다. 훗날 사람들이 이 돌을 일컬어 ‘애기 업은 돌’ 또는 ‘애기 밴 돌’이라 불렀다.

 

이 돌은 과거 ‘아기를 못 낳는 사람이 치성을 드리면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이 밖에도 수많은 전설을 간직한 비양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비양나무 자생지로 그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물론 빼어난 경관으로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로도 각광받는 등 제주의 대표 관광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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