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과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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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이 돌아왔다. 유화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원화 7점과 함께 중섭은 50여 년만에 서귀포로 돌아왔다. 이호재 가나아트센터 대표(49)가 지난달 23일 이중섭(1916~1956)의 원화 7점을 서귀포시 ‘대향(大鄕) 이중섭 전시관’에 기증했다. 이 대표가 기증한 작품은 유화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연과 아이’ , 은지화 ‘가족’과 ‘아이들’, 엽서 그림 2점, 드로잉 1점이다.

이와 함께 이중섭과 동 시대에 활동했던 작가들로 우리나라 서양 화단을 이끌어 온 박수근, 장리석, 최영림, 김환기, 김영주, 장욱진, 이응로, 한묵 등 28명의 작품 43점도 포함됐다. 이중섭의 작품은 그 희귀성 때문에 거래 자체가 드물지만 이번 기증작은 가격으로 따져도 엄청난 액수라는 것이 화랑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로써 이중섭 전시관은 원화 확보와 함께 진본을 관람객들에게 자유롭게 공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1950년 6.25가 나자 많은 피란민들이 제주로 왔으며 이들 가운데 문화예술인들도 상당수 끼어 있었다. 특히 이들 중 이중섭, 장리석, 이대원, 최영림, 홍종명, 김창렬 등은 피란 유명 화가로 제주 화단 생성에 직.간접적으로 큰 몫을 하게 된다. 1951년 이중섭은 한 종교단체의 주선으로 일본인 아내 이남덕, 아들 태현, 태성과 함께 제주로 오게 된다. 이중섭 가족은 서귀포의 한 농가에 곁방을 얻어 머물렀다.

이중섭의 서귀포로의 잠정적 정착이 비록 바다게와 해초가 주식일 정도로 비참한 것이긴 했지만 그것은 그 시기 모든 피란민들이 다 같이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중섭은 잠시나마 서귀포에서 그가 그토록 원했던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서귀포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한평 반 정도의 방에서 네 식구가 반년동안 살았다. 이렇듯 절망적인 삶속에서도 그는 태양, 바다, 귤, 게, 어린 아이들, 방목하는 소들, 풀밭, 나무들, 그리고 생선들을 탁월한 감수성과 미의식으로 표현하며 30여 점을 남겼다.

이중섭은 회화재료의 빈곤에도 고향 원산에서 이미 싹트기 시작한 게, 물고기, 동자상 등의 소재를 서귀포의 풍물 위에서 분방하게 펼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이중섭은 일본인 아내 및 어린 두 아들의 도일(渡日)과 그로 인한 상심 및 자책감으로 혼자 부산, 통영, 진주, 서울, 대구를 유전하다 애석하게도 1956년 9월 6일 40세를 일기로 죽음을 맞았다.

적십자병원에서 중섭의 주검은 무연고라고 사흘동안 영안실에 방치되고 시트에는 그동안 밀린 병원비 계산서가 붙어 있었다고 한다.

화가에게 40년이라는 시간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암흑의 시대에 불꽃처럼 치열한 삶을 처절하게 살다간 화가 이중섭. 소를 그린 화가로 알려진 그는 분노한 소를 통해 압박받는 민족의 자화상을 그렸다. 그동안 그는 이 같은 생애 자체로 인해 신화속에 묻혀 어떤 모습이 실체인지 알 수 없는 화가로 기억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신화속 존재가 아닌 진정한 모습의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만날 때가 됐다.

더구나 그가 머물렀던 서귀포의 풍광과 서정이 그의 그림속에서 다시 살아나면서 간난한 역사의 또다른 표상을 우리는 접할 수 있게 됐다. 서귀포시는 이중섭 전시관 2층에 가나아트 컬렉션이란 명칭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 오는 3월부터 가칭 ‘이중섭과 그 친구들’ 전시를 갖기로 했다고 한다.

출품작가 중 김영주는 이중섭과 함께 광복 직후 결성된 원산미술동맹에서 활동했던 작가이고, 한묵은 부산에서 이중섭과 같이 자취를 했다고 한다. 또 최영림, 장리석은 월남미술인회 동인이다.

이중섭의 원화와 함께 이들 작가의 작품들이 내걸릴 이번 테마전을 통해 서귀포시민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전시관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리고 이중섭의 비극적인 생애 자체에서 벗어나 그의 특출한 예술역량을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문화가치 발현에도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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