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필요합니다
소통이 필요합니다
  • 부남철 기자
  • 승인 2015.02.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의 둘째이자 막내는 초등학교 5학년, 다음 달이면 6학년이 된다. 둘째는 초등학생답게 TV 프로그램을 고르는데 주관이 뚜렷하다. 최우선 순위는 만화이고 그 다음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막내가 한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그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참 재미있지만 슬픈 드라마다”라고.

기자 역시 그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있다. KBS2 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인데 암 때문에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 순봉씨가 이기적으로 변해버린 삼남매에게 가족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기 위해 ‘불효 소송’을 제기하고 자녀들이 그 소송을 취하시키기 위해 아버지가 내세운 조건을 수용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서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내용으로 본다면 특별하게 두드러지는 것이 없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눈길을 붙잡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애정’에 목 말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커가는 아이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아버지라는 위치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기자는 그래도 40대 중반이 넘은 지금까지 아버지가 계시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 아버지는 유년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70여 년의 세월을 혼자의 힘으로 격동의 시절을 견뎌내셨다.

“처음부터 아버지였던 사람은 없다. 세상 모든 아버지는 아버지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들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버지는 ‘누군가’의 아들이면서도 ‘누군가’가 곁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 아버지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계신다. 이런 아버지를 보면서 늘 죄송스럽다.

고등학교 문학 책에 실려 있는 이수익 시인의 ‘결빙의 아버지’라는 시의 일부이다.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이승의 물로 화신해 있음을 보았습니다/품안에 부드럽고 여린 물살을 무사히 흘러/바다로 가라고/꽝 꽝 얼어붙은 잔등으로 혹한을 막으며/하얗게 얼음으로 엎드려 있던 아버지/아버지, 아버지…’

진화심리학적으로 아버지를 규명한 책, 피터 그레이의 ‘아버지의 탄생’은 어째서 인간의 남성과 여성은 고릴라나 다른 유인원의 수컷과 암컷에 비해 몸집 차이가 적은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가설일 뿐이지만, 고릴라와 같은 유인원들은 짝짓기에만 열성을 보일 뿐 새끼를 기르는 일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는 반면, 인간의 아버지는 자식을 키우고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며, 그래서 조그만 아기를 키우기에 적당하게 몸집도 암컷과 비슷해지고, 암컷처럼 작고 섬세한 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성애가 단지 본능적이고 본성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간다. 아버지 순봉씨가 내세운 ‘불효 소송’의 이행 조건은 매일 아침 함께 밥 먹기, 하루 한 통 전화하기 등이다. 함께 둘러앉은 밥상, 용건 없는 전화 한 통이 아쉬운 이 시대 아버지들의 쓸쓸함이 순봉씨를 통해 대변되면서 부모가 자식에게 절실히 바라는 것, 자식이 부모에게 진정으로 해야 할 효도는 다름 아닌 소통임을 깨우쳐 주고 있다.

언제나 나에게 힘이 되주시는 아버지가 언젠가는 떠나가실 것을 알고 있다. 이제 한없는 반성을 한다.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 하고 있음을, 그리고 아버지가 된 나도 가족과 소통을 못 하고 있음을.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은 소통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부남철 미디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