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내가 가는 곳 예술이 있고 예술이 있는 곳 즐거운 인생이 있다"
(7) "내가 가는 곳 예술이 있고 예술이 있는 곳 즐거운 인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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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 김백기씨
   
     
     

“예술은 즐겁게 사는 인생을 위한 윤활유죠. 단순히 맛있는 감귤을 먹는구나가 아니라 맛있는 감귤을 생산한 농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는 역할이 바로 예술가들의 몫입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 형이상학적이면서 다분히 난해한 행위 예술을 하는 퍼포머이자 예술감독 김백기씨(49).

 

3년 전까지 800회(지금은 횟수가 무의미하기 때문에 공연 횟수를 세지 않음)의 퍼포먼스 기록을 가진 ‘잘 나가는’ 한 실험예술가는 2년 전 30년 가까이 젊음을 불살랐던 홍대 거리를 등지고 ‘제주살이’를 택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홍대 거리에 대해 신물을 느끼고 있었을 때 다가온 서귀포의 따뜻한 온기와 바다, 섬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로 펼칠 수 있는 작품이 무궁무진할 것 같다는 창작 의욕, 그 두 가지만으로도 ‘제주살이’의 이유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연경관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그 안을 채워줄 문화 콘텐츠의 빈약함은 그의 인생 과제이면서 그 과제의 해결사로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이 무너지더라도 감귤 따기를 하면서 지역에 일꾼이 되리라는 작정으로 제주행을 감행했다.

 

그런 그에게 지금 살고 있는 서귀포에서의 첫 번째 과제이자 목표는 서귀포 올레시장을 ‘예술이 있는 시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시장에서 물건만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보면서 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고대하는 시장의 모습이다.

 

그는 “예술의 종류를 떠나서 예술가가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서 그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며 “먼저 예술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먼저 선물을 주는 것, 그것이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것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주살이’ 2년째 접어들면서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예술도시 프로젝트도 그런 맥락으로 문화사각지대에 있는 시장 상인과 소비자들을 위해 준비되고 있다.

 

회화나 설치, 행위 등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분야든 작가 10여 명이 서귀포에 상주하면서 시장에 있는 물건을 가지고 예술품을 만들고 그 예술품이 상인들에게 실용적 쓰임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2월 정착한 이후 2년.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는 벌써 서귀포시의 ‘명물’로 알 사람은 다 안다.

 

서귀포경찰서를 습격해 경찰관에게 수갑을 채워서 춤을 추게 하고, 서귀포시 강정동에 있는 감귤 과수원에 예술인을 불러들여 노래하고 춤을 추게 하는 ‘드릇팟디파티문화제’를 열었다.

 

“경찰은 사회 정의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사건이 일어나고 문제가 생겨야 경찰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경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그런 분위기가 경찰서 분위기를 삭막하게 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경찰관에 수갑을 채우는 등의 역발상으로 분위기를 전환시키면 분위기가 한층 가벼워지고 재미있어지는 거죠. 바로 예술의 힘입니다.”

 

‘드릇팟디파티’ 역시 농업인들의 풍요로운 삶의 형식을 확대하고 다양한 농촌 교류활동을 열기 위해 농촌의 다양한 에너지를 문화 예술적 시각으로 연대하기 위해 그가 고안해 낸 이벤트다.

 

김씨는 예술적 에너지를 받아 즐겁게 밭일을 했던 ‘드릇팟디’ 주인 덕분에 지난 겨울 감귤이 풍성한 겨울을 보냈다. 그가 그리는 예술을 통한 쌍방향 거래, 기부엔 테이크(give and take)가 성사된 또 하나의 결실이다.

 

25살 때 우연찮게 거리에서 마주한 퍼포먼스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며 지금 퍼포머로 걸어가게 한 이유처럼 100명 중 단 한 명이라도 그의 공연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방향으로 인생의 길을 걸어간다면 그만한 보람이 없다고 하는 그.

 

1960년대 후반 시작된 국내 퍼포먼스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누면 4세대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김씨는 2000년 아티스트 네트워크 집단인 한국실험예술정신(Korea Perfomance Art Spirit)을 창단시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온 한국실험예술제도 지난해에는 제주도로 근거지를 옮겨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서귀포 올레시장 입구에 지역 문화예술 생산을 위한 아지트이자 작가와 일반 시민들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 ‘문화빳데리충전소’를 열어 생활 속 예술을 지향하는 실험예술가.

 

예술가들의 예술적 재능을 통해 시민들에게 예술을 즐기는 방법의 통로를 열어주는 소통의 창.

 

그의 실험예술은 제주를 무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을 벗 삼아 매일 매일 실패와 성공을 반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운 인생’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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