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 성적과 영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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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논설위원
토플(TOEFL)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비영어권 국가의 학생들이 미국과 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의 대학(원)에 유학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토플 성적은 세계적으로 130개 이상의 국가, 9000개 이상의 대학에서 응시자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데 활용되고 있으며, 유명 대학일수록 높은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토플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의 최근의 자료를 분석하면, 2013년 한국의 인터넷 기반(iBT) 토플 시험 성적은 120점 만점에 85점으로 전 세계 166개 응시국 중 58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2년 84점으로 161개국 중 61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향상된 성적이다.

국가별로 2013년의 토플 성적을 들여다보면,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가 120점 만점에 100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2012년에 이어 연속 1위의 성적을 얻었다. 이어서 덴마크가 98점으로 3위, 벨기에, 독일, 룩셈부르크 및 스위스가 97점으로 6위, 핀란드가 96점으로 11위, 스웨덴이 94점으로 14위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으로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권 국가들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98점으로 전체 3위를 보였으며, 인도(26위, 91점), 파키스탄(33위, 90점), 말레이시아와 필리핀(36위, 89점)의 성적이 한국보다 앞섰다. 스리랑카(58위, 85점)의 성적은 우리나라와 같았고, 방글라데시(64위, 84점), 홍콩(72위, 83점), 인도네시아와 북한(81위, 82점)이 그 뒤를 따랐다. 중국은 77점으로 108위, 일본은 70점으로 136위에 머물렀다.

토플 성적이 높은 국가들을 분류하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역사적으로 영국 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들이다. 이를테면 싱가포르, 인도,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와 필리핀이 그러한 국가에 해당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제2언어의 역할을 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가르치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의 식민지였던 역사가 없고, 그렇다고 영어가 제도적으로 특별한 위상을 갖는 것도 아니지만, 영어 교육에 각별한 관심을 두는 나라들이다.

필자가 두 유형 중 후자의 국가들에 더 주목하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학생들에게 영어를 외국어로 잘 가르치고 배우게 함으로써 국민 대다수가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점 때문이다. 인터넷 위키 백과사전에 따르면 네덜란드인의 90%, 스웨덴인의 86%, 덴마크인의 86%, 오스트리아인의 73%, 핀란드인의 70%, 독일인의 64%, 스위스인의 61%, 벨기에인의 59%가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적해할 것은 토플 성적이 높은 국가들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대체로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IMD가 발표한 2014년 국가경쟁력 순위는 1위를 한 미국은 별도로 하고, 스위스 2위, 싱가포르 3위, 스웨덴 5위, 독일 6위, 덴마크 9위, 한국 26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국가별 경쟁력 순위는 경제운영 성과, 정부행정 효율성, 기업경영 효율성, 발전인프라 구축 등을 종합 평가해서 결정된다.

앞서 본 영어 비공용화 국가들이 그처럼 좋은 토플 성적을 얻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마디로 영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도록 영어 교육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시론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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