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물영아리오름 품은 '수망리 물보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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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하천.숲 등 테마 길 다양
   
▲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보라길의 입구에서 보이는 물영아리오름 전경.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는 398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지난해 1만5000여 명의 탐방객이 방문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물이 있는 신령이 깃든 산이란 뜻을 지닌 물영아리오름(해발 508m)을 품고 있어서다.

오름 분화구는 2000년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전국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2006년에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마을 주민들은 몰려드는 탐문객을 분산시키기고,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2012년 오름 둘레길을 개설했다. 마을 명칭인 수(水:물), 망(望:바라보다)의 순 한글 이름을 빌려‘물보라길’로 명명했다.

4.8㎞의 물보라길에는 여섯 가지 테마가 있다. 초입은 철로에 목침을 깔아 놓은 것처럼 잘 손질해 놓아서 사뿐하게 출발할 수 있다.

곧 이어 수망천을 따라 형성된 자연 하천 길이 나왔다. 다음은 돌투성이로 된 ‘소몰이 길’로 이어졌다.

주민들은 울퉁불퉁한 길에서 재산 1호인 소가 다칠까봐 ‘이랴, 이랴~’하며 조심스럽게 소 떼를 몰고 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소몰이 길이 지나자 스위스의 시골마을에 온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푸른목장 초원의 길’에는 푸릇푸릇한 잔디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2012년 개봉한 영화 ‘늑대소년’에서 소년과 소녀가 천연 잔디에서 축구를 하며 운명적인 사랑을 키웠던 촬영지여서 유명해졌다.

초원을 따라 오르막에 다다르니 수망팔경 중 하나인 ‘앙망설산(仰望雪山)’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정상에 눈이 덮여 있는 한라산의 장엄함은 말 그대로 우러러 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풀을 찾아 소 떼가 이동했던 오솔길이 나왔다. 가뭄이 심했던 한 여름 목마른 소들이 이 길을 벗어나 물을 찾으러 물영아리오름 정상으로 갔다가 늪에 빠져 죽었다는 실화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시시각각 색다른 풍경이 펼치지는 가운데 물보라길의 가장 동쪽에 있는 ‘수끝도’에 다다랐다.

여기서는 ‘동척조일(東脊照日)’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봉긋봉긋 솟은 오름의 군상 속에서 새벽 일출을 맞이할 수 있는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초록의 평원에 하얀 바람개비(가시리 풍력발전단지)가 돌아가는 풍광이 이색적이다.

푸른 창공에는 정석비행장에서 날아오른 훈련용 비행기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 장면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나니 온 몸을 상쾌하게 감싸는 풀 냄새와 함께 청정한 공기가 폐부를 깊숙이 파고드는 삼나무 숲길이 나왔다.

20m 높이의 울창한 삼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는 삼림욕을 즐기기에 제격이었다.

6번째 마지막 구간인 잣성길을 끝으로 물보라길 종점에 섰다. 이어 820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물영아리오름 등반에 나섰다.

산정 호수를 기대하며 정상에 올랐지만 분화구는 추수를 앞둔 들녘처럼 보였다.

물영아리 습지는 호수에서 육지로 변해가는 중단 단계에 있는 늪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계절과 강수랑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봄에는 수생식물이 가득한 초록빛 정원으로, 큰 비가 내리는 여름에는 물이 넘실대는 호수로, 가을에는 갈대가 우거진 들판으로, 겨울에는 함지박에 하얀 눈을 담은 아름다운 정취를 보여준다.

장마철에는 호수로 변하고 건조기엔 습지로 변하면서 오름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공존하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물장군과 맹꽁이를 비롯해 물여귀 등 습지식물 210종, 47종의 곤충과 8종의 양서·파충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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