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조화·균형의 예술 담은 몸 언어로 제주섬을 표현"
(8) "조화·균형의 예술 담은 몸 언어로 제주섬을 표현"
  • 고현영 기자
  • 승인 2015.0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용가 김정현·주정민 부부
   

시골집 슬레이트 지붕 처마 끝에 걸려 있는 풍경. 살랑 살랑 파란 하늘 위를 떠돌던 제주의 바람은 풍경 근처를 맴돌다 살근살근 간질인다.

바람의 속삭임이 싫지 않은 풍경은 청명한 울림으로 화답한다. 풍경과 바람이 만나 새로운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바리 김정현(35·여)·나모 주정민(34) 부부의 ‘제주살이’ 역시 풍경과 제주의 바람처럼 ‘조화’와 ‘균형’을 위해서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무용을 전공한 이들 부부는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동안 마음 속에 간직해 온 예술적 영감을 제주 여행에서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12년 겨울에 제주로 여행을 왔는데 바람과 돌담이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왔지만 특히 거친 자연의 느낌이 그대로 보존된 초원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주씨는 “이곳이라면 내 몸짓이 표현하는 만 가지의 언어를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제주를 향한 무한 애정을 쏟아냈다.

 

김씨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안무를 싫어하는 무용가여서인지 자신의 예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하는 최상의 베이스캠프가 ‘제주’라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는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의 한 농가를 살짝 손본 후 그들만의 공연 무대이자 보금자리로 마련했다. 집 근처에는 660㎡(약 200여 평)의 소박한(?) 감귤밭도 가꾸고 있는데 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한단다.

 

2012년 각자 제주에 내려와 그 이듬해 결혼식까지 올린 이들은 이곳에서 예술가와 또 다른 예술가로 만나 ‘바리나모’라는 새로운 공동체를 이뤄 블러그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주로 듀엣으로 무대에 서는 이들은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의 느낌을 꾸밈없이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그들의 주 무대는 사방이 꽉 막힌 공연장이 아니라 집 앞마당인 경우가 많다.

 

매번 무대에 서는 김씨의 각오는 남다르다. 관객을 감동시키기 위한 공연은 진정한 의미의 공연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김씨는 “배우들이 자신의 가슴 속에 잠재돼 있는 집중력을 서서히 풀어낼 때 그 몸짓의 의미를 알아낸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게 돼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공연이다”고 말했다.

 

이들의 제주 사랑은 무한대이다. 공연 또는 여행 차 외국을 방문해 그곳의 예술인들과 교류의 시간을 자주 갖는 이들 부부는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제주의 자연이 사람에게 건네주는 축복과 제주 사람들의 멈출 줄 모르는 인심을 자랑하기에 끝이 없단다.

 

젊은 새댁인데다 어느 날 갑자기 타지에서 이사 온 낯선 이들(?)이지만 삼달리 지역주민들과의 친화력도 짱짱하다.

 

어디서나 웃어른을 만나면 ‘삼촌’하고 부른다는 김씨는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인심이 과분할 정도다”며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챙겨 주고 우리의 공연이 낯설텐데도 찾아와 함께 어울려 주는 이웃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제주의 ‘개발붐’에 대한 걱정도 남다른 이들. 예술인들이 방해 받지 않고 작업을 펼치기에 제주만한 곳이 없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이 개발붐에 일조를 하지 않았나 내심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정착하는 사람들이 늘다 보면 주택을 짓더라도 그 수가 늘어날 것이고 제주의 자연 공간은 줄어들게 된다”는 김씨. 그는 “제주의 자연을 보존만 하겠다고 고집 부릴 수는 없지만 지킬 수 있는 부분은 적극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술과 무용을 접목시켜 자신들만의 몸 언어로 제주를 말하고 몸 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이들, 하루 24시간 끊임 없는 대화로 서로의 예술 세계를 공유하는 부부는 앞으로도 제주를 인위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보고 느껴지는 대로 느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록 세계지도를 펼쳐 놓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기도 어려운 아주 작은 섬이지만 제주에 정착한 예술인과 제주인이, 제주의 자연과 뭍에서 건너 온 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노력해 ‘제주’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질 때까지 세계 속에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젊은 예술인, 김정현·주정민씨. 이들이 그리는 제주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그런 곳이다.

 

제주가 이들의 안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는 날이 머지않았음이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현영 기자 hy0622@jeju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