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데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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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달력을 보면 ‘납세자의 날’로 표기돼 있다. 그런데 이 기념일을 기억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통하는 오늘의 기념일은 따로 있다. ‘삼겹살 데이’다. 알다시피 삼(3)이 두 번 겹쳐 있어서다.

언제부턴가 무슨 무슨 ‘데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벤트가 유행이다. 앞서의 사례처럼 공식 기념일은 몰라도 그 날에 설정된 이런 저런 ‘데이’를 더 잘 알아 차리는 세태다. 11월 11일은 공식적으로 ‘농업인의 날’이지만, 청소년들에게 그 날은 ‘빼빼로 데이’로 통한다. 키 크고 날씬해지라는 뜻으로, 빼빼로를 주고 받는 날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른바 ‘데이 마케팅’은 특정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상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상술이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별의별 기념일이 다 있다. 일 년에 줄잡아 60여 개, 매주 하나 이상 꼴이다.

그러나 이들 ‘~데이’ 는 거의가 정체불명이다. 국적도 없고 의미가 왜곡된 것도 숱하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스토리와 상품을 연계해 소비자들을 손짓하는 업체의 전략 정도로 이해된다. 유독 한국사회에서 유별나다고 한다. 매출이 쑥쑥 늘어나니 해당 기업들의 입장에서 그 날은 ‘고맙데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가령, 오늘 삼겹살 데이처럼 오이 데이(5월 2일), 구구 데이(9월 9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으니 싸잡아 폄훼할 일이 아닌 것이다. 가뜩이나 1차 산업은 수입 농수축산물의 범람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고 소비하자는 의미에서의 농수축산물 ‘데이 마케팅’은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감귤 데이’도 이 참에 있었으면 좋겠다.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지 모를 일이다.

▲데이 마케팅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지 몰라도, 우리 농어가를 위한 일이라면 예쁘게 봐 줄 필요가 있다. 삼겹살 데이는 2003년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한 양돈업계를 돕기 위해 시작된 것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오늘은 전국에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할 것 같다. 괜찮다면 삼겹살에 소주 한 잔하며 그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싶다.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는 하지만 요즘 기승을 부리는 황사 미세먼지에도 삼겹살을 먹으면 좋다고 하지 않는가.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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