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멕시코의 정통 요리에는 종종 ‘칠리 페퍼(Chilli Pepper)’라 일컫는 푸른 고추와 붉은 고추가 다양하게 이용된다. 이 고추는 남미지역이 원산지이며, 새들에 의해 북미에 퍼졌다. 콜럼버스가 북미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매운 음식 요리에 고추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그는 유럽으로 돌아갈 때 이 고추를 소지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capsaicin)에 의해 주로 전달된다. 매운 맛의 강도를 비교하기 위해 스코빌(scoville)이란 단위가 사용된다. 매운 맛의 단위를 처음으로 제안한 미국 과학자(Wilbur Scoville)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 단위 값이 높을수록 캡사이신 함량이 많고 매운 맛이 강하다.
하바네로 칠리(Habanero Chilli)는 20만~30만 스코빌, 레드 사비나 하바네로(Red Savina Habanero)는 57만7000스코빌 정도로 측정된다. 부트 졸로키아(Bhut Jolokia)는 약 100만 1304스코빌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기네스북에서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선정됐다. 매운 정도가 그 고추를 먹으면 혼이 나갈 정도라 하여 유령 고추(ghost chili)로 불리기도 한다.
하바네로 칠리의 매운 맛은 고추 속 섬유질 막과 씨를 제거하면 감소하지만 껍질도 상당히 매운 편이다. 이는 녹색에서 다양한 색으로 성숙함에 따라 독특한 풍미를 나타내며, 여러 가지 핫 소스의 주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이 고추를 건조시키면 은은한 훈제향이 난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할라페뇨는 약 5000스코빌이다. 이 고추는 피자나 스파게티를 파는 식당에서 절인 오이와 함께 종종 등장한다. 매운 고추로 명성을 얻은 청양고추는 1만스코빌 정도다. 일반 가정에서 즐겨 먹는 고추는 할라페뇨와 청양고추의 중간쯤 되는 스코빌 값을 가질 것이다.
캡사이신은 고추에서 추출되는 무색의 휘발성 화합물로 알칼로이드(질소를 함유하는 염기성 유기 화합물)의 일종이다. 이 성분은 약용과 향료로 이용되며 고추씨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다.
고추가 캡사이신을 생성하는 것은 자신을 다른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보호하고 동시에 씨를 퍼뜨려 종자 번식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모든 동·식물들은 자신과 종족 보호를 위해 눈물겹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이런 결과물들을 이용하면서 삶을 지탱한다.
고추에게 위협이 되는 동물에게는 캡사이신이 독이 되기 때문에 이들은 고추를 먹지 않는다. 그러나 고추 씨를 확산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동물, 주로 새들에게는 이것이 맛있는 먹이가 되어 고추씨가 이들의 배설물에 섞여 멀리까지 퍼진다.
매운 고추를 먹은 후 통증을 완화시키려 할 때 물을 마시는 것보다 차라리 약간의 식용유 혹은 우유를 혀끝에 돌려 캡사이신을 녹이는 방법이 과학적이다. 캡사이신이 물보다 기름에 더 잘 녹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치한을 물리치기 위해 캡사이신이 첨가된 분무액이 사용될 수 있다. 분무액이 눈이나 피부에 분사되면 심한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치한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
예전에는 장을 담글 때 빨간색 고추와 숯을 몇 개 정도 띄웠다. ‘빨간색이 악한 기운을 물리친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캡사이신의 내막을 모를 때도 고추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곰팡이 혹은 잡균을 물리친다는 것을 알아냈던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