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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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교 관광영어과 교수 / 논설위원

 

   

베트남에 갔다가 문득 ‘땅은 누구의 소유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언제인지 어디서인지 사람들이 와서 정착하여 집을 짓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중에는 무기를 들고 와서 호령하고 짓밟으며 약탈하고 유린하는 사람들도 몰려온다.

 

새로 길을 내며 왔다가 다시 가버리는 사람들, 그 동안 갖가지 무기가 작열하고 피와 살과 뼈가 튀다가 유령의 그림자만 남은 듯 황폐해지는 땅, 등장하고 퇴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세월은 허무인 듯 희망인 듯 흐르고,  오랜 세월의 손길이 쓰다듬어 서서히 풀과 나무들이 돋아 자라난다.
 

 

하노이 시 호치민 주석궁에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곳 사람들은 훌륭한 생각과 굳은 신념, 그리고 자애로 가득한 마음이 시들어 버릴 것을 막고, 새들이 지저귀는 새로운 날 아침처럼 항상 살아 있기를 바라는 것인가.

 

차마 잊어버릴 수 없는 사람, 그 시신이라도 상징처럼 붙들면서 그를 보내지 못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이며 어떤 의례를 만드는 것인가.
 

 

호치민 거주지 연못 근처에는 불상나무라고 불리는 나무가 있고, 그 뿌리마다 작은 부처상과 흡사한 모양으로 솟아나오고 있었다.

 

 나무로 지은 정갈한 작은 집은 오래 전 주인의 정취를 담고, 나라와 백성을 되찾으려던 그의 근심은 이제 마당에 나무들과 붉게 핀 꽃들이 넓은 잎을 펴고 서있는 파초와 함께 정적이 되어 있었다.
 

 

호치민 이름만 나오면 얼굴에는 홍조가 떠오르고 그에 대한 이야기로 지칠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랑은 가난해도 풍요롭게 하고, 아름다운 뜻은 오래도록 사람들의 길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자 나라의 강대한 힘에 빈약하고 왜소한 몸으로 맞서며 스스로의 삶을 위해 30년을 싸운 사람들, 그들은 우리나라 정치의 방향과 지도자의 역할을 다시 묻게 만들었다. 
 

 

호치민의 요리사는 이제 팔십대 중반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환한 미소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가능한 많은 에피소드를 기억해 내어서 알려주려고 애썼다.

 

지팡이를 짚고 있었지만 호치민을 위해 만들던 빵을 다시 만들었다고 맛 보여주기 까지 했다.

 

그가 묘사하는 호치민은  국민의 진정한 지도자라고 나라를 구성하는 다수 민족이 모두 믿었던 사람이었다.

 

어질게 사는 모범으로 국민들을 미소 짓게 하고, 모진 전쟁에서 살아남아 이제는 자기 나라 중니이 되어서 소를 키우며 논에 벼를 심으며 백성들이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지도한 사람, 정신의 활동을 중시하며 소박한 삶과 규칙적인 식사, 한 끼에 한 가지 반찬, 원거리 회합에는 가벼운 도시락 지참, 읽고 나면 곧바로 그 책을 읽을 사람 찾아 전해주며 그 어떤 것도 쌓아두지 않던 사람, 평화로운 마음으로 온 나라에 소박한 행복이 번져가기를 소망했던 사람, 가족 같은 친밀함으로 두려움도 허세도 필요 없도록 하던 사람, 흰 머리 할아버지가 된 그의 요리사는 오랜 벗처럼 생전의 그를 전했다.
 

 

자신들이 그런 사람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감동해서 사는 사람들, 그들은 복장과 신발이 초라해도 얼굴에 빛이 나는 듯 했다.

 

말을 할 때도 논리가 정연하고, 행동은 민첩하여 그들 삶에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너무 많아서 절묘한 소리나 넘치는 빛에도 몸과 마음을 닫고, 색다른 쾌락과 더 큰 자극을 찾고 그리는 동안 영혼은 시들고 마음은 피폐해지는 사람도 수두룩한 세상이다.

 

‘깨우치는 자’를 따른 저들이 오래도록 그 빛 속에서 삶을 이어가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욕심에 이끌려 국민들을 속이고 착취하는 정치가들 마음속에도 어느 밝은 날 ‘이제 그만하고 바른 길을 가라’는 속삭임이 들려오길 기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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