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밝은 문화, 밝은 생활…신앙 넘어선 소통 꿈꿔”
(9) “밝은 문화, 밝은 생활…신앙 넘어선 소통 꿈꿔”
  • 고현영 기자
  • 승인 2015.0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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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정착 26년 그림 그리는 화가 김정기 목사
   

머리를 헝클고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바람. 이러한 바람도 숲속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 숲속으로 들어간 바람은 나무들을 흔들어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가 하면 나무 안의 수분을 골고루 퍼지게 해 쑥쑥 자라는 데 도움을 준다.


제주시 한경면 조수리에도 지역주민들의 마음 안에 내재돼 있는 문화예술적 감각을 흔들어 깨워 주는 바람과 같은 존재가 있다. 제주 정착 26년째인 ‘그림 그리는 목사’ 김정기씨(65)가 바로 그다.


김 목사는 제주에 내려오기 전,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한국제자훈련원(기독교훈련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김 목사는 9년 동안 세계 20여 개국을 순회, 유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펼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의 나이 39세 무렵 김 목사는 그동안 빡빡한 일정으로 방전된 몸과 마음의 충전소로 제주를 택했다. 김 목사 인생 무대의 제2막이 오르는 순간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이가 많은 곳에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싶은 게 대부분의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뜻이 맞는 사람들과 빈 곳을 채워가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며 김 목사는 제주 중산간 작은 마을에 자리하게 된 이유를 피력했다. 


김 목사는 충남 서천 출신으로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다. ‘그림 좀 그릴 줄 아는’ 덕분에 지역 주민들과도 쉽게 이웃사촌이 될 수 있었다.


1990년대 문화예술의 불모지였던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의 한 작은 교회에 둥지를 튼 김 목사는 이곳에서 지역 어린이와 성인들을 대상으로 미술반을 운영하며 서서히 ‘제주화’ 돼 갔다.


그렇게 제주에서 7년이란 시간을 보내던 김 목사는 한 농가의 창고에 살림살이를 맡겨 놓고 홀연히 미국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 목사는 “신학을 배운다고 해서 꼭 ‘하나님’ 만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다. 신앙을 넘어 더 많은 사람을 섬기는 모든 활동이 이 과정에 속한다”며 “그 당시 제주 속의 작은 마을인 이곳에서 주민들과 함께 여생을 보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신학박사’ 학위를 받아 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12년 전인 2003년, 김 목사는 제주시 한경면에 위치한 조수교회로 다시 돌아와 낡은 교회를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50~70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술교육은 6년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꾸준한 전시회를 통해 쌓아 온 실력들은 웬만한 작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란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뮤지컬·미술·바이올린 교실도 매번 높은 출석률을 자랑할 만큼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히말라야 어린이들의 문맹 퇴치에도 관심이 큰 그다. 미국 유학시절 히말라야의 한 족장과 친구가 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김 목사는 ‘내가 목사가 되면 꼭 너희 마을을 도와주겠다’던 그때의 약속을 실천에 옮겨 다음 달이면 결실을 맺는다.


간간이 콩농사를 지은 수익금과 2009년부터 2년에 한 번 ‘조수비엔날레(아마추어·프로 작가들이 참여해 전시·콘서트 등 마련)’를 개최해 얻은 수익금으로 인도 서뱅골주 히말라야에 있는 시킴 렙챠 부족에게 학교를 마련해 준 것이다.


“히말라야 인구의 70%에 달하는 문맹률을 낮추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김 목사는 “세계의 국가와 국가들은 이제 이웃이나 다름없다. 중국과 일본을 서울 드나들 듯 오가는 시대가 된 걸 보면 이제 우리는 서로 함께 이해하며 끌어안아야 하는 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며 학교 준공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목사의 인생 후반기인 제3막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내 개인 화실을 갖는 게 꿈이다”는 김 목사는 “작은 전시회를 꾸준히 열어 거기서 나온 수익금으로 장애인·심장병 어린이 등 소외계층을 도우며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교회의 표어는 타 교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밝은 문화, 밝은 생활’이다. 신앙을 넘어서 늘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은, 조수리를 사랑하는 김 목사의 애정이 농후한 표어다.


김 목사는 말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주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제주 개발의 초점은 ‘관광’이 아니라 서로 나눌 수 있는 ‘공동의 장’ 마련이어야 한다고.


항상 베레모를 쓰고 주민들과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는 화가, 빠른 속도의 개발을 안타까워하는 제주인, 힐링 1번지로 단연 ‘제주’를 꼽는 문화예술인 김정기 목사. 세계 속에서 ‘제주’의 입지를 굳히는 날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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