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원조 본향당, 무속신앙 기운이 감도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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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당 당오름길
   
(사진 당오름 숲길)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당오름 숲길. 마을에서는 정상까지 가는 탐방로를 올해부터 조성할 계획이다.
제주지역 모든 신당(神堂:마을 수호신)의 원조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本鄕堂)으로 꼽힌다. 본향당은 사람의 출생·사망, 토지 등을 관장하는 수호신을 모신 사당이다.

이 마을의 수호신인 금백주(여신)와 소천국(남신)이 혼인해 아들 18명, 딸 28명을 낳았고, 그 아래 손자들이 번성했는데, 이 자손들이 도내 각 마을에 흩어져 각각 본향당신이 됐다. 따라서 송당리 본향당은 제주 신당의 뿌리에 해당된다.

도내에는 송당리를 비롯해 와산리(조천), 고산리(한경), 동광리(안덕) 등 모두 4곳에 당오름(堂岳)이 있다. 이름이 똑같은 이유는 예부터 오름 주위에 본향당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송당 당오름길’은 송당보건진료소 맞은편에 있어서 찾기가 쉽다. 안개가 드리워서인지 초입부터 마주하게 된 본향당은 신령스런 기운이 느껴졌다.

   
(사진 송당리 본향당) 제주 신당의 효시 격인 송당리 본향당 전경. 당굿은 1986년 제주도 무형문화재(제5호)로, 당집은 2005년 제주도 민속문화재(제9-1호)로 지정됐다.
돌로 만든 당집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안에는 신앙민들이 바친 신의(神衣), 신발, 가락지, 비녀 등을 넣은 궤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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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神木)인 팽나무 앞에선 경건한 마음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 소원을 빌며 바친 막걸리 한 병과 찐빵 두 개, ‘불가리스’(발효음료) 등 소박한 제물은 정겹고 훈훈함이 묻어있었다.

당오름은 해발 274m의 낮은 산으로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숲길이 있다. 삼나무와 소나무, 후박나무 등이 빼곡한데 일부 코스는 시멘트로 포장돼서 아쉬움이 남았다.

제대로 된 숲길로 들어서자 20m 높이의 삼나무와 소나무가 무성했다. 당오름이 아니랄까봐 숲길 중간에 탐방객들이 소망을 빌며 쌓아 올린 작은 돌탑이 눈길을 끌었다.

당오름을 빠져나오면 자갈이 깔린 샛길이 나온다. 이 길을 따라 남쪽으로 400m 가량 직진하면 비자나무 숲길이 나오는데 이곳부터는 괭이모루오름(해발 253m) 구역이다. 오름 모양새가 고양이(괭이)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오름과 괭이모루오름은 서로 마주해 있어서 오름 주위로 ‘8자’ 형태의 숲길이 나있다. 전 구간을 도는 데 40분이면 충분했다.

이제 ‘환상의 오름’이라 불리는 아부오름에 갈 차례. 괭이모루 오름 숲길 끝에서 농로를 지나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아부오름이 나온다지만 이정표가 없어서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헤맸다.

초행길이라면 마을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진입해 도로 안내판에 큼직하게 쓰인 아부오름 이정표를 보고 찾아가는 게 좋을 듯싶다.

아부오름(해발 301m)은 능선이 급하지 않아 15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마치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과 같은 분화구에 매료된다.

분화구 깊이는 84m에 이르며, 그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1.5㎞의 탐방로가 설치됐다.

주민들은 이곳에 소와 말을 방목해왔고, 가축의 이탈을 막으려고 분화구 주위를 빙 둘러가며 삼나무를 심은 것이 환상의 오름으로 변모했다.

지적도 상 송당리에 있는 오름은 19개에 달한다. 이들 오름 주변에는 공통적으로 숲길이 나 있는데 오래전부터 마소가 다녔던 소몰이·말몰이 길이 지금에 와서는 사람들의 심신을 치유해주는 힐링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송당리는 당오름~괭이모루오름~아부오름의 숲길을 잇는 ‘오름 둘레길’ 조성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밋밋하게 걷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색다른 체험 관광도 마련될 전망이다. 오름과 오름을 연결하는 마로(馬路)가 조성되면서 언덕과 들판을 거침없이 달려보는 ‘말 달리자~’가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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