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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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막 지나자 아들아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이젠 꼭 이렇게 전화 안 해도 되는데…. 아무래도 넌 아들이다 보니 누나 때보다 엄마 걱정도 덜 하게 돼서 그래.”

 

처음 대학 진학을 위해 올라갔을 때 전화를 안 해도 된다고 말했음에도 계속 전화를 해 오는 아들이었다. 그래도 혹시 부담이 될까 봐 다시 이렇게 말했는데….

 

“그래도 할래요. 이건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효도잖아요” 하면서 말을 잇는다.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다 밤 10시만 되면 부모님께 전화하는 모습을 보던 아들 친구(그 친구도 지방에서 올라가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가 “야, 참 보기 좋다. 나도 엄마한테 전화해야겠다”면서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전화하더란다. 그 친구가 자신의 부모님께 전화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여서 하노라는 말까지 덧붙이는 모습을 보고 아들은 이제부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런데 이젠 그 친구가 저보다 더 열심히 전화해요.” 웃음기 가득 묻은 아들의 목소리 속에서 그 때의 분위기가 어땠을 지 상상하며 참 행복했다.

 

좋은 점을 따라 하는 친구의 용기가 멋있다.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부모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꼭 내 아들이어서가 아니어도 멋있다. 친구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는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의 좋은 점을 그 자리에서 본받아 자신도 그렇게 실천하려는 의지를 나타내는 아들 친구의 모습은 그 못잖게 멋있어 보였다.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이런 것을 용기라고 말하고 싶다. 용기가 없으면 ‘좋아 보인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앞에서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실천하기 어렵다. 그런데 보이는 장면이 좋아 보인다고 말하고 곧바로 본받아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용기 있는 사람이다. 평소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줄 때,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지 되짚어보았다.

 

1. 그 사람을 칭찬하고 나도 그렇게 따라 한다.
2. 그 사람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건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3. 그 사람을 인정하려고 하기보다는 속내가 과연 그런가? 하고 의심해본다.
4. 의심과 함께 다른 허점을 잡아 끌어내리려고 한다.

 

당연히 1번이 가장 좋은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들 친구가 부모님께 전화하는 모습을 본받아 용기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모두 저녁만 되면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는 모습을 꿈꾸는 것은 너무 무리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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