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원이나 물건을 식별하는 인식 시스템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생체인식 시스템만 해도 보편화된 지 오래다.
얼굴, 음성, 지문, 홍채, 각막, 손등 정맥 등 신체적 특징을 추출해 판별하는 생체인식과 유전자 정보 활용은 과학수사엔 기본이다.
주요 도로변에 설치되던 감시 카메라도 이젠 골목길 곳곳에까지 파고든다.
한걸음 더 나아가 훔쳐보기와 관음증으로 상징되는 ‘몰카(몰래 카메라)’에 이르면 사생활과 프라이버시 침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이른바 ‘빅 브라더(Big Brother·大兄)’ 사회의 도래다.
▲‘빅 브라더’는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정보 독점에 의한 국민감시 권력자를 말한다.
소설에서 ‘빅 브라더’는 감시 카메라 등을 통해 인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감시한다.
1949에 출판된 이 소설은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예견하며 정보독점의 폐해를 경고하고 있다.
당시로선 가공할만한 그 상상은 과연 어디까지 현실화될 것인가.
불행히도 우리들은 이미 ‘빅 브라더’의 가상공간 위에 놓여지고 있다.
조지 오웰의 메시지가 정보기술이 발달한 지금, 우리에게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요즘 국가정보원이 뉴스의 한 중심축에 섰다.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정부 전산망을 통해 한나라당 경선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록 국정원은 ‘공무상 필요에 의해 적법 절차에 따랐음’을 강조했지만, 그 자체가 정당한 공무인지 의문이고 야당 유력 후보측의 정보를 들여다봤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흔들 수 있는 중대 사건이다.
특히 국정원 전산망은 토지, 건물, 세금 등 17개 분야의 행정 전산망과 연동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17개 분야에 걸쳐 국민의 개인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래저래 야당인사들에 대한 ‘빅 브라더’ 논란은 거세질 것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