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플라스틱서 희망 만든 재일제주인 2세 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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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와 기술력으로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전문 생산업체로 발돋움
   
                                                        이원철 프라하도(주) 회장
▲어려웠던 어린 시절=해방 이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이원철 프라하도㈜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힘겨운 역경을 이겨내야만 했다. 아버지가 잇따른 사업 실패 이후 이렇다 할 일을 찾지 못하면서 어머니가 취업 일선에 뛰어들었지만 여러 명의 자녀를 키우기에는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출신인 어머니는 해방 직후 해녀 일을 하기 위해 밀항선을 타고 현해탄을 건너 오사카에 정착했다가 결혼했다. 이후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이를 위해 플라스틱을 수집하는 일을 비롯해 필사적으로 일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부분 재일제주인 1세대와 마찬가지로 저소득 근로자로 생활해야 하는 여건상 가정 형편은 녹록치 않았고, 식구들은 아주 작은 다다미방에서 함께 새우잠을 자면서 지내야 하는 생활고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수 많은 재일제주인들은 일본 현지에서 사회구조적 차별을 받으면서 경제활동을 하는데도 큰 제약을 받아야만 했다. 이로 인해 고무와 플라스틱 관련 업종 등 일본인들이 기피하는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소규모 자영업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 회장의 어머니도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조그마한 사업을 조금씩 키워 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형님과 함께 어머니 일을 도왔던 이 회장은 어머니의 억척스러움을 배우면서 성장했다. 특히 어머니의 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일을 도우면서 지금의 플라스틱 사업을 일궈내는데 밑거름이 됐다.

   
                                           프라하도 생산직 직원들이 제품을 만드는 모습.
▲기업가의 길을 걷다=형과 함께 어머니 사업을 도우며 성장한 이 회장은 제주 출신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린 후 1980년대 후반 아내와 함께 인쇄업을 하는 공영컬러공업소를 차리면서 기업가의 길로 들어섰다.

직원 한 명 없는 15평 남짓한 공장이었지만 이 회장 부부는 매일 밤 늦은 시간까지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꿈을 키워갔다.

이후 사업 확대로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사출 성형 등의 인쇄 기술까지 갖추게 된 이 회장은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는 마코토화성공업소와 손을 잡으면서 지금의 프라하도를 만들게 된다.

인근에 위치한 마코토화성공업소는 장인이 설립해 처남이 운영하는 사실상의 가족 회사였다. 이에 양 회사의 생산 품목과 기술을 접목시키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시작한 게 성공을 향한 출발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공영컬러공업소와 마코토화성공업소 간 협력하는 그룹 형태의 프라하도가 만들어졌고, 2001년께 3억5000만엔을 투자해 첨단 장비와 함께 전문 생산 설비를 갖춘 공장이 설립됐다.

본격적으로 화장품 용기 완제품을 생산하게 된 프라하도는 고품질을 인정받으며 일본 유명 화장품 회사 등에 납품되면서 성장 페달을 밟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쌓아온 기술을 갖고 제대로 협력할 경우 더 좋은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회사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원철 프라하도(주) 회장이 2011년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설립한 회사 건물 전경.첨단 장비와 함께 전문 생산설비 등이 시설돼 최고의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탄탄한 기업으로 키우다=프라하도는 과감한 설비 투자로 플라스틱 용기를 직접 만들고 인쇄한 후 검수까지 이뤄지는 일괄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고품질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품질이 생명’이라는 이 회장은 직접 제품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고 조그마한 불량도 미련 없이 선별해 폐기하면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 같은 품질 최우선 경영 방침은 시장에서 주효했고, 이를 기반으로 현재 화장품 용기 생산 물량은 연간 2500만개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어나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디딤돌로 작용했다.

제품 생산물량이 급증하면서 협력 회사를 포함해 종업원 규모도 160여 명으로 늘었는가 하면 연간 매출액도 초창기보다 갑절 정도 많은 33억엔에 이를 정도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이 회장은 다양한 제품을 생산 가능한 최고의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려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현지에 2억엔을 투자해 화장품 용기를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차렸다. 이를 시작으로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라하도의 해외시장 진출은 이전부터 계획된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 회장의 남다른 열정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 과감한 결단력 등이 만들어낸 의미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고의 기업을 만든다=프라하도의 성공을 이끌고 있는 품질 경영은 우수한 전문 인재를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 회장의 경영 정신에서 출발한다.

프라하도는 플라스틱 용기 제작 뿐만 아니라 인쇄 부문에 있어 국가 공인 특급 기능검정 자격을 획득한 기능사 6명을 보유, 숙련된 기술로 최상의 품질관리를 유지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또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애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경영 이익을 직원들에게 적정 분배하고 각종 기술 자격 취득을 위한 비용 지원과 연령에 관계없는 성과 평가제 등을 통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열린 조직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여기에 가족보다 직원에게 임원직인 이사를 맡기는 부분에서도 인재를 중시하면서 회사를 키워가는 이 회장의 경영 방침을 잘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의 신뢰 경영도 남다르다. 주문받은 물건에 대해서는 약속 기한 내에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면서 신뢰를 쌓아오는가 하면 원재료 납품처와의 거래도 40년 넘게 이어져올 정도로 두터운 믿음을 자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상대방에게 얘기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는 신념으로 일해온 게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프라하도는 또 태양전지 패널을 지붕에 설치해 지구 온난화 방지 활동에 동참하는가 하면 인근 소년축구팀을 비롯한 사회복지단체 지원 등의 사회 환원 활동을 지속하면서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고향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회장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고향인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를 자주 찾는가 하면 차녀를 제주대학교에 유학을 보내 올해 졸업시킬 정도로 제주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그는 20대에 처음 고향을 찾을 당시 자신의 뿌리가 제주라는 점을 인식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재일제주인과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민단과 도민회 등의 관련 단체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2012년부터 2년 간 관서제주도민협회장을 맡아 오사카 재일제주인과 제주도민 간 가교 역할을 하는데 힘썼는가 하면 도내 상공인 단체와의 교류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고향 제주 발전을 위해 경제 자문 역할을 하고 싶다는 그는 “관광객의 입장에서 한번 더 같이 가고 싶은 매력적인 제주를 만들어야 한다”며 “제주도 전체를 생각해서 더 잘 될 수 있는 특별한 제주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특히 “최근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영주권 제도를 통해 부동산을 많이 사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제주인의 뿌리가 없어질까 걱정도 든다”며 “무엇보다 도민 이익이 중요하며, 이를 우선시할 수 있는 제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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