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밖으로 맴도는 아이들에 관심 소통 통해 꿈 찾아주고 싶어”
(11) “밖으로 맴도는 아이들에 관심 소통 통해 꿈 찾아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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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교수(백제예술대학교 모델과)

 

   

‘툭’하고 건들면 우르르 주저 앉아버릴 것처럼 불안하고 불규칙해 보이지만 정연하게 쌓아올려진 제주 돌담. 사이사이 난 구멍으로 제주의 바람이 통과할 때마다 돌담은 서로 얼키설키 엉겨 더 단단해진다. 그렇게 바람과 돌담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자 동반자로서 기나긴 세월 탄탄히 버텨 온 이유가 됐다.


제주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은 지 3년째에 접어든 최미애 교수(50·모델·메이크업 아티스트)역시 제주 사람들에게는 ‘바람’과 같은 존재다.


그는 1987년 패션모델로 데뷔해 1990년대 초 진희경·장진경 등과 함께 톱모델로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그 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변신해 활약했으며 현재는 대학에서 후배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에는 유명 패션잡지 ‘하퍼스바자’에서 마련한 신(新·)구(舊) 수퍼모델 26명의 화보촬영에도 참여, 그만의 카리스마를 내뿜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학 강의 때문에 일주일에 4일만 제주에서 보내고 있다”는 그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풍경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풍경만큼 친절하고 넉넉한 인심을 가진 제주 사람들 곁에 있게 돼서 너무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제주 자랑을 늘어놓았다.


제주의 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여행하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해변에 반한 그는 물어물어 중산간의 조그마한 마을인 덕천리에 둥지를 틀게 됐고 그 곳에서 고요하게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에는 백제예술대학교 학생들과 마을 청소년·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꿈꾸는 패션쇼’를 마련, 런웨이(runway·패션쇼에서 모델이 걷는 무대)의 경험을 선사한 것을 시작으로 이웃들에게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하퍼스바자 잡지 촬영.

사람 냄새 쫌 나는 그의 보금자리는 마을의 한 농가를 개조해 완성됐다.


가끔 용눈이오름과 아부오름을 오르는 것 외에는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그의 유일한 말동무는 봄비와 가루다. 길냥이였던 두 녀석은 여러 해 전 한 식구가 된 후 그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있다.


고양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그림에는 문외한이었던 그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신 있게 그릴 수 있는 그림 역시 ‘고양이’가 됐다. 많은 시간 고양이를 그리면서 일상을 보낸 그에게는 이제 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게 됐고,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올 가을에는 고양이 그림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올 9월께에 일상을 담은 고양이의 이야기 그림책이 출간 된다”며 “그림에서 손 글씨까지 직접 참여해서 의미가 더 크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동물을 애호하는 선한 마음이 읽혔다.


제주에서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제주의 생활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있는 그는 여태까지 배울 엄두도 내지 않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도 서슴지 않게 됐다. 기타로 코드를 잡으며 스스로 노래 만드는 일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것.


“코끝을 타고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제주의 냄새가 몸과 마음을 치유해줘서인지 노래가 절로 나온다”는 그는 “작사·작곡을 정식으로 배워보지는 않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그날의 느낌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며 자작곡을 직접 들려주기도 했다.


공부에 취미가 없어 밖으로 맴도는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특별한 그다.


“어른들은 자신들의 기준에서 벗어나면 ‘문제아’라고 하잖아요”라며 입을 연 그는 “아이들이 나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찾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우연히 놀러 간 해수욕장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인근 고등학교의 여학생들에게 메이크업을 가르쳐주며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고 있는 그는 “젊은 시절부터 내 나이 50세가 되면 제주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이끌어 줘야겠다는 꿈을 꿔왔다”며 “꼭 학교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미래를 위해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델들은 키가 커서 어디서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행동이 바라야 한다고 생각해 늘 인성교육을 먼저 시키는 교수, 제주 사람들도 온전히 알아듣기 힘든 할머니들의 사투리를 귀담아 듣고 도리어 안부를 묻는 ‘촌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텃밭에 주저앉아 검질(김)매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모델, 고기·생선보다 이웃들이 나눠준 갓 캐낸 갖가지 채소들이 더 맛있다는 예술가.


제주의 풍경은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는 그 소중한 자연의 가치를 자신의 안으로 끌어들여 충분히 힐링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그의 안에서 제주가 더 단단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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