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적 도박(pathologic gamb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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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우리는 자주 뉴스 등을 통해 유명인이 도박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하거나 주변에서 도박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위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왜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해가 되는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의아심을 가져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재미와 오락으로 시작했던 도박이 점점 심해지면서 수렁에 빠져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도박을 하는 경우를 병적 도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구의 1~4% 정도가 병적 도박자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병적 도박을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본다. 충동 조절 장애의 특징은 충동적인 행위를 하기 전까지는 긴장감이나 각성 상태가 고조돼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기 힘들어지다가 일단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되면 쾌락과 만족감을 느끼거나 긴장으로부터 해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이 많은 사람들이 도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정신분석적으로는 피학적이고 강박적인 인격 성향을 지니거나 흥분을 추구하는 성향을 지니는 사람일수록 병적 도박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행동 이론가들은 학습된 비적응적 행위로, 인지론자들은 스스로 도박의 확률을 조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도박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병적 도박자들은 초기에는 호기심이나 심심풀이로 도박을 접한다. 곧잘 도박에 우수한 능력을 보여 많은 돈을 따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승리감이 도박을 계속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은 점점 도박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더 많은 돈을 걸고, 더 자주 하게 되고, 이때 큰 손실을 보게 되면 판단력이 떨어져 점점 도박에만 매달리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격의 황폐화도 나타나 도박과 관련해 쉽게 거짓말을 하고, 빚을 갚지도 않으면서 고리 대금을 사용하거나 범법 행위까지 저지르기도 한다.

 

병적 도박자는 스스로 치료를 위해 병원에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모든 것을 잃고 난 후 가족에 의해 내원하게 되거나 법원의 치료 명령에 의해서 치료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병적 도박자라는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경향이 많아 치료에 있어 상당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 인지행동 치료, 단도박 모임(Gamblers Anonymous) 참가, 가족 치료 등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로는 항우울제와 아편길항제인 ‘naltrexone’, 알코올 의존증에 쓰이는 ‘acamprosate’ 등이 있다. 또한 자신의 기술로 도박의 확률을 바꿀 수 있다든가 도박에서 이기면 자신의 능력이고 지면 운이 나빠서 그런 것이라는 등 한 번의 대박이면 모든 것을 만회할 수 있다는 병적 도박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이를 통해 도박 욕구와 행동을 줄이는 인지 행동 치료가 효과적이다.

 

가족에 대한 교육과 치료도 중요한데 가족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은 도박을 계속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반드시 도박자 본인의 노력에 의해 빚을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가족 내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도박의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재발에 관여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치료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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