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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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인비는 문명의 성쇠를 도전과 응전의 관계로 설명한다지만 어쩌면 그것은 ‘대(代)’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역사든 문명이든 발전적 대체(代替), 바람직한 대신(代身), 정상적인 대리(代理) 등 긍정적 대(代)현상으로 변화할 때는 성장을 거듭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발전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정상적이지도 못 할 때는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과거의 문명을 가장 성공적으로 대체시킨 문명은 원시적 불(火)의 문명에 대한 전기문명의 등장이다. 그 이후 ‘대문명(代文明)’은 급속히 발전되었다. 주판을 대신한 전자 계산기, 미디어.통신.상거래 수단 등을 대신한 컴퓨터, 근로자들을 대리한 로봇, 심지어 달구지.인력거.가마를 대체한 트럭.승용차에 이르기까지 ‘대’의 문화가 21세기를 풍미하고 있다. 이른바 굴뚝산업도 지식.정보.통신산업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문명 중에서 ‘대’의 관계가 전혀 작용하지 않은 문명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말(馬)의 등자(金+登子)와 바퀴의 문명이다. 고대 로마 때는 세계적 발명이라 평했고, 칭기즈칸이 유렵대륙을 휩쓸 수 있었던 것도 이 등자 덕분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발명이었지만 수천년 동안 등자는 등자일 뿐 대체되지 않고 있다.

바퀴도 마찬가지다. 바퀴 발명 이후 우마차,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광범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다른 문명이 대신해 주지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발전 속도마저 미미하기 짝이 없다. 나무바퀴에서 공기를 넣은 내구력 강한 고무 바퀴로 변모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코 바람직 하지 못한 ‘대문명(代文明)’ 혹은 문화가 우리 주변에 만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선조.부모의 제사 장소가 연휴 즐기기 바람을 타고 안방에서 호텔방이나 버스 안으로 대체된다. 부모상(喪) 때 대리 상주를 고용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혼식 때의 들러리가 언제부터인지 신랑을 대리할 부신랑으로 바뀌었다. 신랑 유고시 대행한다는 뜻일까.

최근 보도를 보니 결혼식장 하객도 대리 하객이 유행이라고 한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얼마간의 값을 지불하고 하객으로 가장시켜 식장을 메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대하객(代賀客)’인 셈이다. 하기야 ‘대공(代工)’이란 말도 있긴 하다. 하늘 할 일을 대신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신을 대신해서 복제인간, 복제 짐승까지 만들고 있는 세상이니 가히 ‘대공 시대’요, ‘대문명 시대(代文明 時代)’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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