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아이의 항변
가운데 아이의 항변
  • 제주일보
  • 승인 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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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도 할 말 있어요. 왜 이번에도 언니옷만 사오셨어요. 저도 새 옷 입고 싶다고요.”

 

남동생을 두고 있는 둘째 딸아이가 언니에게만 옷을 사주거나 하면 분을 못 이기는 건지 울며불며 항변을 하는데 이번에는 언니의 새 옷에 단추 같은 걸 뜯어놓기도 했습니다. 이제 겨우 초등 2학년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당돌한 행동을 하는데 왜 그러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걱정입니다.

 

작은 딸 입장에서 언니에게만 옷을 사주는 것은 언니만 사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아마 그 동안 언니 옷을 물려 입거나 항상 자기는 언니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역시 언니 옷만 사주니까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을 것이다. 이럴 때 그 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야단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대신 지금이라도 아이 감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고 이번에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을 설명해주어야 한다.(엄마의 입장을 주장하라는 게 아니다)

 

“그래. 많이 서운하겠다. 엄마도 00의 마음 다 이해해. 그런데 언니가 △△△ 때문에 이 옷이 꼭 필요해서 그랬거든.”

 

“작년에 입던 패딩을 네가 입고 있는데 그럼 언니는 추워서 어떡해? 언니도 입을 옷이 있어야지. 어는 어쩜 그렇게 너 밖에 모르니?”

 

이들 두 가지 말은 큰 차이가 있다.

 

사실은 언니 옷만 사주기 전에 작을 딸을 배려해서 웬만하면 같이 사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해 봐야 한다.

 

“00야, 엄마가 고민이 하나 있어. 이번에 언니 패딩 점퍼를 하나 마련해야 하는데(입던 것은 작아져서 네가 입어버렸으니까), 우리 00은 항상 언니 옷만 물려 입었는데 이번에 또 언니 옷만 사준다고 서운해 할까 봐 곤란하네. 둘 다 사주고야 싶지만 여우가 없어서….”

 

그러면 아이가 이해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말을 듣고도 불만인 것과 이런 기회도 없이 어느 날 상황을 당한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어쩌면 아무 말 없이 언니 옷만 사주면 당연히 서운하겠지만 이렇게 미리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하면 아이는 스스로 배려했다는 생각에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그게 문제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자녀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

 

지금까지 자라온 환경(위로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주변의 관심을 많이 받는) 때문에 작은 딸이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중간에 끼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조금씩이라도 해결이 될 것이다. 문제가 보였을 때, 그 문제만 바라보지 말고 ‘왜 이런 일이 문제가 될까?’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먼저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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