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용이 머리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한 폭의 그림’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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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

 

   

제주비경 전설을 이야기 하다…용머리해안

 

신령스러움을 간직한 산방산의 절경과 에메랄드 빛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용머리해안(천연기념물 제526호)은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이곳은 수천만년 동안 화산재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해식절벽으로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과 닮아 용머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바다와 높은 절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아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벼랑처럼 보이지만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층층이 쌓인 사암층 암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입장료가 필요한 이곳의 매표소는 입·출구가 두 군데 있다. 어느 쪽으로 들어가도 탐방을 즐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물때를 맞춰 찾아가야 입장할 수 있어 미리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바닷물이 찰랑대는 탐방로를 걷다보면 층층이 색을 달리한 절벽과 그 사이사이 파도에 의해 작은 방처럼 움푹 파인 굴방, 드넓은 암벽의 침식 지대가 연이어 펼쳐진다.

탐방로 곳곳 앉은 만할 자리에는 해녀들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소라와 멍게, 전복 등을 파는 좌판을 열고 탐방객들을 반긴다. 시원한 바다를 벗 삼아 들이켜는 소주 한 잔의 풍류가 참 일품이다.

 

▲왕후지지(王侯之地)를 두려워한 진시황

용머리해안은 그 특이한 모양에 얽힌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자신의 나라가 외세에 의해 위협을 받을까 전전긍긍했다. 만리장성을 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늘 이웃 나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제주도에 왕후지지가 있어 제왕이 태어날 우려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에 진시황은 풍수(風水)와 술법에 능한 고종달(또는 고종달이·호종단)을 보내 그 맥을 끊어 버리라고 명한다.

 

제주도에 도착한 고종달은 왕후의 지세를 찾아 며칠을 헤맨 끝에 산방산을 발견했다. 이 일대를 샅샅이 돌아본 그는 끊어야 할 맥이 바로 용머리라는 것을 알았다. 용이 살아있어 왕후의 기운을 갖고 있으니 이것만 끊어버리면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고종달은 먼저 용의 꼬리 부분을 끊고, 이어 잔등이 부분을 두 번 더 끊었다. 그러자 바위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치고 산방산이 ‘드르르’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크게 울었다고 한다.

실제로 용머리해안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영락없는 용의 모습이지만 꼬리와 잔등에 해당하는 부분이 묘하게 똑똑 끊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 때 고종달이 끊어버린 자국이라고 전해진다.

 

임무를 마친 고종달은 배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한라산신의 노여움을 받아 차귀도(遮歸島) 인근 바다에서 태풍을 만나 목숨을 잃었다. ‘차귀’란 섬 이름은 ‘돌아가는 것(歸)을 차단했다(遮)’고 해서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서방세계에 제주를 알린 하멜

용머리해안 입구 매표소 인근에는 커다란 배가 한 척이 놓여 있다. 이 배는 우리나라와 제주도를 서방세계에 최초로 알린 네덜란드 사람 헨드릭 하멜(1630~1692)을 기념해 만든 하멜상선전시관이다.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사이 전망 좋은 언덕에는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으로 조선 효종 때인 1653년 풍랑을 만나 원래의 목적지인 일본으로 가지 못하고 제주도에 표착하게 된다. 13년의 억류 생활 후 고향에 돌아간 하멜은 조선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책으로 썼는데 이것이 바로 ‘하멜표류기’이다.

 

전시관은 길이 36.6m, 폭 7.8m, 갑판 높이 11m, 돛대 높이 32m의 규모로 17세기 당시 네덜란드 대양 항해용 범선인 바타비아호를 모델로 조성됐다.

 

전시실 내부에는 네덜란드 선상 생활 소품을 비롯해 하멜표류기 번역 서류, 동인도회사와 당시 아시아의 모습 등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또한 하멜의 제주도 표착과 국내에서의 생활상 등을 모형과 그래픽을 통해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다.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 용머리

진시황·고종달의 전설과 네덜란드 사람 하멜과의 인연을 품고 있는 용머리해안. 대략 1시간이면 드넓은 태평양과 어우러진 주변의 빼어난 풍광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탐방에 만족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세계지질공원의 대표 명소인 이곳에서 출발하는 산방산·용머리 지질트레일 코스를 걸으며 화산섬 제주의 또 다른 속살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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