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 빠진 군대
군기 빠진 군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진짜 쌍팔년도 즈음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중대장이 중대원을 집합시켜 놓고는 나를 따르라며 앞장섰다. 군인인지라 무슨 일인지 모르고 뛰어가기만 했다.

이런저런 군가를 부르며 꽤 먼 곳까지 뛰어갔다. 가보니 별천지가 아닌가. 잔디가 곱게 펼쳐진 곳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골프장을 밟아봤고, 군대 내에도 골프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선글라스를 쓰고 자세를 잡던 대령은 별 하나를 단 장군이 오자마자 선글라스를 벗으며 정색했다. 만약에 미군도 장군을 보면 대령이 선글라스를 벗을까라고 혼자 생각하며 킥킥 웃었다.

그 잔디밭에, 아니 골프장에는 우리 중대원만 온 게 아니었다.

연대급 병력이 모인 것이다. 연대급 병력이 1선, 2선, 3선 형태의 횡렬로 줄지어 허리를 굽혀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이뤄진 잡초 제거 작업이라 두어 시간 하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 짧은 시간 내 연대급 병력이 잡초를 뽑으니 골프장이 깨끗했다.

잡초 제거 작업도 3, 4차례 되풀이해서 이뤄진 만큼 깨끗하지 않을 리가 없다. 작업이 끝나자 중대장이 또 나를 따르라고 외쳤다.

▲요즘 군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쌍팔년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보여진다.

북한 노동신문에 나온 기사를 보면 기가 막힌다. “군 상층부 것들이 막대한 돈을 받아먹고 군수업체의 불량 군수품을 사들이도록 한 결과 괴뢰 군부대들에서 전투기술기재(무기)들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거나 각종 사고들이 련발(연발)하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 군부대를 조롱하는 것이다. 그 반짝이는 별 네 개를 단 전 해군참모총장과 방사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의혹을 조롱한 것이다. 전 공군참모총장도 군사기밀을 미국 군수업체에 넘기고 돈을 받았다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어디 이것뿐인가. 전 육군 사단장과 여단장이 성 범죄로 구속됐다. 성 범죄와 각종 비리가 군부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군부대 골프장은 30곳에 이른다고 한다. 군부대에 훈련장이 필요하지 왜 골프장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또 군부대에 골프장을 둘 정도로 우리나라가 그리 넓은 나라가 아니다.

담뱃값은 2배 뛰었는데 월급 10여 만원인 사병이 치겠는가.

장군이든 부사관이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곳에서 골프를 치면 될 것이 아닌가. 군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졌으니 이 기회에 군부대 내 골프장을 없애는 일을 논의 해야 할 때다.

박상섭 편집부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