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결코 사소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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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캘링은 월간지에 ‘깨진 유리창’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이를 본 사람들은 절도나 문서 훼손, 폭력 등과 같은 강력범죄에 대한 대비책 역시 미비할 것으로 인식해 마구 행동한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지만 이를 방치하면 주변이 쓰레기장이 되기 십상이다.

아무데나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더 이상의 행동도 거리낌없이 한다.

그런 사람을 채용한 조직은 비슷한 패턴으로 망가지고, 사소한 공권력 무시가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는 게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이는 시민사회에도 적용된다.

90년대 초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계속 추락하던 뉴욕은 ‘썩어가는 사과’로 묘사되기까지 했다. 1994년 뉴욕시장이 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결심한다.

지하철 낙서와 성매매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강력범죄가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위반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놀라우리만치 변화를 가져왔다.

연간 2200건에 달하던 살인사건이 1000건 이상 감소했고 시민들은 뉴욕이 살만한 곳이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이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라는 결과다.

우리의 사례도 있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넘버 원’ 칭찬을 듣는 유화선 시장이 이끄는 파주시의 경우다.

유 시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길거리 쓰레기 없애기와 주차질서 확립 운동이다.

그 후 많은 지자체가 따라한 ‘담배꽁초 버리면 과태료 5만원’ 정책의 원조가 됐고 1㎞ 가는 데 20분 걸리던 시내 도로가 3, 4분 만에 뚫렸다.

항변 일색이던 시민들로부터 전폭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음은 물론이다.

최근 제주시의 쓰레기정책이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 불량지역 공개’를 비롯, ‘양심거울 등장’, ‘클린하우스 개선’, ‘바다속 쓰레기 가져오기 산타클로스운동’ 등등…

이 모두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을 자극해 의식개혁에 동참을 호소하는 시책들이다.

시행 초 동네의 불명예를 인식한 주민들이 당국에 삿대질을 해댄 것도 사실이나 지금은 남 탓하지 않고 명예를 회복하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쓰레기 배출실태가 개선되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힘입어 생활쓰레기가 줄어든 대신 재활용률과 규정봉투 판매량이 늘어나 종량제가 본궤도에 접어드는 양상이다.

올 상반기 쓰레기발생량이 전년도에 비해 하루 평균 9.3t씩 줄어든 반면 재활용률은 3.2%p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쓰레기 적정처리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규정봉투 판매량도 전년보다 3.4% 증가해 판매수입도 6.2% 늘어난 18억여 원에 달했다.

제주시가 계획하는 ‘1일 50t 쓰레기 줄이기’ 목표가 미더울 따름이다.

여타의 현안 못지않게 쓰레기 배출문화 개선은 제주사회의 최대 과제 가운데 하나다.

우리의 청정환경 상당 면적이 매립장으로 둔갑하며 오염되고 있기에 그렇다.

옛 말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악을 저지르고 사고를 치는 경우는 없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때문에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해결책은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원칙과 기준의 문제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시민들의 의식 고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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