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선조들의 ‘삶의 흔적’ 녹아 있는 탐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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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서홍동 추억의 숲길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 한라산은 선조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식수와 땔감을 얻을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수백년 동안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자연스럽게 조성했던 옛길을 복원한 ‘추억의 숲길’에는 과거 제주도민들의 ‘삶의 흔적’이 녹아있다.

 

2012년 8월 25일 개장한 추억의 숲길은 서귀포시 서홍동 산 44-2번지에 출입구가 조성돼 있다. 산록도로 솔 오름 전망대에서 서쪽으로 2.3㎞ 지점이다.

 

추억의 숲길은 인공적인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의 탐방로로 이뤄졌다. 한라산 중산간지역의 울창한 산림 사이로 조성됐던 구불구불하고 좁은 오솔길이 탐방로가 됐다.

 

별도의 데크시설이 없기 때문에 ‘추억의 숲길’ 문구가 새겨진 노란색 리본을 나무에 묶어 길을 안내하고 있다.

 

숲길을 1.5㎞ 정도 오르면 조선시대 관영목장의 경계를 따라 쌓은 경계돌담인 ‘잣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잣성은 서홍동마을 공동목장의 경계담으로 아직까지 그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잣성에서 200m 더 안으로 들어가면 과거 주민들이 촌락을 이루고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말방아(연자방아)와 옛 집터가 나온다.

 

말방아는 판판한 알돌과 둥근 웃돌로 만들어졌는데 말이나 소를 이용해 웃돌을 돌려 곡물을 찧어 탈곡하거나 가루를 냈던 전통도구다.

 

말방아 근처에는 네모반듯한 형태의 돌담이 남아 있어 선조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생활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옛 집터 옆으로는 제주의 전통 화장실인 통시가 만들어져 있다. 통시는 변소와 돼지우리를 함께 조성한 것으로 제주의 독특한 주거문화 중 하나다.

 

통시를 지나 숲길의 중간지점에 다다르면 과거 사냥감을 찾아 한라산을 누비던 사냥꾼들의 공동 쉼터인 ‘사농바치터’를 확인할 수 있다. 사농바치는 사냥꾼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숲길의 반환점인 삼나무 군락지에는 하늘 높이 뻗은 울창한 나무들이 한낮에도 햇빛을 막아준다.

 

삼나무는 낙우송과에 속한 상록 칩엽교목으로 제주에서는 주로 감귤과수원의 방풍나무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곳의 삼나무는 그 높이와 둘레가 과수원의 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다.

 

삼나무 군락지를 지나 편백나무 숲을 거치면 검은 오름이 나오는 데 현재는 침식작용으로 평탄해져 오름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예전에는 서홍동 주민들이 이곳에 올라 서귀포의 풍광을 한 눈에 감상했다고 전해진다.

 

숲길을 내려오다 보면 한라산 암반 밑으로 흐르던 지하수가 솟아오르는 생물도가 조성돼 있다.

 

생물도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한라산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주민들과 사냥꾼들의 식수로 이용됐었다.

 

생물도 바로 위에는 한라산의 맑은 물을 바쳐 가정과 마을의 무사안녕을 빌던 제단이 설치돼 있다.

 

서귀포시 도심지역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찾을 수 있는 추억의 숲길은 접근성이 좋아 서귀포시민들의 산책로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인공적으로 탐방로를 조성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숲길을 걷는 매력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숲길이 간직하고 있는 말방아와 통시, 사농바치터 등 다양한 문화유적들은 역사 교육의 교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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