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제6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의 평화 마음 세계로 미래로’를 주제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엄숙히 봉행됐다.

지난해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이후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추념식은 행정자치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해 4·3 희생자 유족 및 정부, 도내·외 인사 1만여 명이 참석해 치러졌다.

이날 추념식에는 이완구 국무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 강창일·김우남 국회의원, 도민과 유족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완구 국무총리는 추념사를 통해 “이제 우리는 과거의 시대적 아픔을 이겨내고 모든 국민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희망의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는 그동안 특별법을 제정해 4·3사건의 진실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고, 특히 지난해부터는 4·3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 온 국민이 함께 애도하며 기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4·3으로 희생된 분들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제주도민 여러분이 보여주신 관용과 통합의 정신이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추념식이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제주4·3은 국가기념일 지정으로 새로운 역사의 전환점을 맞았다”며 “이제 4·3 국가기념일 지정이 주는 의미와 가치를 더욱 확대하고 미래세대에 올곧게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올해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진정한 4·3 해결의 시점으로 생각한다”며 “공동체적 관용 정신, 국민통합과 세계 평화의 가치 구현, 미래세대 교훈 전승 등 3대 원칙 아래 국민 통합과 세계 평화의 큰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문현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4·3이라는 비극 때문에 4·3희생자와 유족은 말 못할 고통의 긴 세월을 감내하며 살아왔고, 제주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긴 시간을 보냈다”며 “이제 4·3유족은 이를 딛고 화해와 상생을 위한 길을 선택했고 평화와 인권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3의 진상 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이라는 놀라운 성과와 화해와 상생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거사 해결의 큰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그동안의 4·3으로 인한 낡은 이념 갈등을 끝내고, 화해와 상생의 장으로 나올 것을 제안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은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봉행됐고 많은 유족과 도민들이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헌화 분향하고 4·3영령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현봉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