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정신문화와 황칠(黃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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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 논설위원
제주도의 숲길을 산책하다보면 곳곳에서 진귀한 자연산 황칠나무를 발견한다. 불사의 꿈을 꾸던 진시황의 명으로 서복이 찾은 불로초가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던 황칠나무였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을 정도로 황칠은 각종 장기 질병 치유와 정화에 도움을 주고 자연치유력을 향상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죽음에 대해 스스로에게 전하는 4가지 이야기’란 강의로 유명한 영국 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도 ‘불멸에 관하여’란 책에서 신비로운 영약에 관한 주제를 다루며, 진시황과 서복의 불로초 이야기를 언급했다. 그는 서복이 영생의 비밀을 찾아 중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문명을 전파하며 계속 불로초를 찾아 다녔고, 결국 후지산에서 현자를 만나 불로초의 비밀을 받아 지금도 신선으로 살고 있다는 일본 전설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스티븐 케이브의 이와 같은 주장은 서복이 불로초 탐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와 목적을 모두 간과한 것이다. 서복의 불로초 원정대는 당시 중국 도교 방사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三神山)이 있는 한반도 지역, 한국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티븐 케이브가 인용한 문헌에서와 같이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서복의 불로초 전설이 나올 수 있다면, 우리도 실제 서복 일행이 찾아 나섰던 한국의 삼신산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 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필자는 30여 년 전 서귀포시에서 열린 초청 강연을 계기로 제주도를 처음 방문한 이후, 줄곧 제주도가 단군시대 이래로 선도문화의 마지막 귀착지라는 생각을 해왔다.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정신을 계승한 선도문화의 흔적이 제주도 설화에서뿐만 아니라 마을의 지명과 삼무정신과 같은 생활문화 면면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도에 간직된 선도문화는 서복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영생의 비밀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서복이 발견한 불로초는 사실 특정한 약초라기보다는 한국선도의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 담긴 천지인(天地人) 정신을 깨달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복이 영생의 비밀을 얻은 곳은 결국 일본 후지산이 아니라 제주도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서복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황칠은 아마도 서복과 동남동녀 무리들이 연마했던 선도수련에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황칠은 우려낸 물을 차나 요리에 사용하거나 분말 형태로 갈아 다른 약재와 혼합하여 복용할 수 있다. 특히 귀하기로 소문난 황칠 진액은 단 한 방울만으로도 그 효과가 매우 강하고 빠르다. 일반적으로 깊은 명상을 하고나면 입안에 단침이 고이고 생각이 끊어지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황칠 진액을 활용하면 바로 그와 같은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황칠은 자연치유를 높이는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훌륭한 명상도구인 것이다.

호흡과 집중을 통한 명상뿐만 아니라 황칠을 통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 치유력을 회복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와 지구의 자연 치유력이 높아질 것이다. 자연 치유력의 회복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생명력과의 연결을 복원하는 것이다.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며, 인간의 참다운 본성, 인성을 되찾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이 최초로 마련한 인성교육진흥법의 근본 취지도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라고 본다. 인간 본래의 성품을 찾고, 자연의 가치를 회복하는 인성 회복을 위한 문화와 정신, 그리고 그러한 정신문화를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매개체인 황칠나무가 제주도에 있다는 것은, 조화로운 정신과 물질의 잠재력을 가진 제주도가 앞으로 대한민국 인성회복운동의 중심이 될 것을 예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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