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직원 2명으로 시작해 영화관 17개 문화기업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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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좌절 이겨내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늘 고향 생각하는 글로벌 제주인 자부

 

   
김영택 중국 싱싱 엔터테인먼트 사장이 자신의 문을 연 상하이 CGV-싱싱 영화관에서 영화관의 시설과 운영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중국 굴지의 기업인 중 하나인 싱싱그룹에서 문화산업을 창조하고 이끌어 가는 유일한 외국인 CEO 김영택 사장.


해외 어디서든 제주인임을 자부하고,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시야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글로벌 제주인’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도전을 즐겨라.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라는 좌우명처럼 중국 대륙에서 힘차게 도전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상하이 CGV-싱싱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만났다. 이 영화관 역시 그가 쏟은 열정의 결실 중 하나다.

 

 

   
                                         중국 베이징 CGV-싱싱 영화관 오픈식

▲나이 마흔, 중국을 알다=그는 제주시 출신으로 제주북초등학교와 제주중앙중, 제주제일고,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인 기업인 삼성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주로 해외사업을 담당했던 그가 중국을 처음 접한 시기는 마흔이 된 1996년. 당시 회사 차원에서 중국 진출이 추진됐고 그가 적입자로 낙점됐다.


그는 “해외사업 분야에서 일하면서 미주, 유럽, 중동, 일본, 동남아를 주로 담당했지만 중국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미래는 중국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선택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기억했다.

 

그는 중국 지역 전문가로 선발돼 베이징에서 중국 언어와 문화, 사회를 처음 배우게 됐고,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중국을 연구했다.


그는 “서쪽 끝 실크로드를 비롯해 구석구석을 다녔다”며 “티베트만 빼고 거의 모든 지역을 가 본 것 같다. 티베트는 나중에 가보려고 남겨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문가 과정을 마치고 홍콩 지사장으로 근무했고, 2001년부터는 상하이에서 베이징, 칭다오, 홍콩 등 7개 지역을 총괄하는 법인장으로 세계를 누볐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택 사장(사진왼쪽)은 지난 1월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나이 쉰, 도전장을 던지다=중국에서 소위 잘 나가던 그가 삼성을 그만둔 것은 2006년 7월이다. 한국 본사로 발령된 그는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됐다. 바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그때 나이가 쉰이었다.


그는 제일모직에서 근무하면서 중국 싱싱그룹 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서로 신뢰가 쌓여가면서 친구가 됐다.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그를 붙잡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싱싱그룹의 예셴빈(YE XIAN BIN) 회장이었다.


그는 “친구인 싱싱그룹 회장이 같이 사업을 해 볼 의향이 없는지 여러 차례 요청했다. 처음에는 공장을 맡아 달라고 했다”며 “나중에는 신규 사업에도 지원하겠다고 했고, 그때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정리하고 2006년 10월 싱싱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맞을 줄은 그 역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싱싱그룹으로 옮긴 그는 회장의 지원과 신뢰 속에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식품 유통, 기름 유통, 고속철 레일, 플라스틱 원료, 곡물, 희귀 금속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댔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고, 사기꾼에게 걸려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시간은 흐르고 결과는 없고, 그의 부담을 갈수록 쌓여만갔다.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그에게는 그야말로 최악의 시기였다. 마치 광야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다.


그는 “기대치는 높은데 안 되니깐 밤중에 혼자 술도 많이 마셨다. 폐인이 되는 것도 한순간인 것 같았다”며 “새벽 1시에 나가 강변을 뛰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수개월을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관에서 길을 찾다=힘든 나날을 보내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고교 친구로부터 ‘영화관’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중국의 미래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는 사업을 고민하던 그에게 영화관은 특별한 아이템이었다.


그는 곧바로 한국과 중국의 영화관 사업과 CJ CGV, 메가박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을 조사했다. 그는 그룹을 설득해 영화관 사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2008년 9월 싱싱그룹과 CJ CGV의 합작 파트너 계약을 성사시켰다.


영화관 사업 진출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전자산업과 부동산 개발이 주력인 싱싱그룹이 새로운 사업인 문화산업으로 왜 진출하는지를 그룹 내부에서부터 설득해야 했다.


그 역시 영화관, 문화산업에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배워가며 사업을 진행해야 했고, 사업 파트너와의 협상도 녹녹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2009년 9월 중국 내륙의 후베이성 우한에 첫 번째 CGV-싱싱 영화관이 문을 열게 됐다. 이후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에 연이어 영화관을 오픈했고, 현재 17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10개는 CGV와 합작 영화관이고 7개는 싱싱 엔터테인먼트 자체 영화관이다.


특히 올림픽이 열린 베이징에 영화관을 오픈하면서 광저우에 근거지를 둔 싱싱그룹의 브랜드를 중국 심장에서 홍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그룹 내부의 시선도 완전히 달라지게 됐다.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2008년 본인과 직원 1명으로 시작한 싱싱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17개의 영화관과 6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싱싱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8월 광저우 포산에 18번째 영화관의 문을 여는 등 매년 10개 이상의 영화관을 개설해 2020년까지 100개 영화관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영화관을 기본 토대로 영화 투자 제작, 쇼핑몰, 콘텐츠 문화산업이 어우러진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 핵심에 싱싱그룹 차원에서 광저우 포산 신도시에 조성하고 있는 국제 쇼핑몰인 씽뚜휘이(星都匯·XingDuHui) 플라자 프로젝트가 있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창조하고 하나씩 올라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며 “영화관을 더욱 확대하고 영화관을 기초로 해서 상업과 문화가 결합된 모델을 찾아나가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영원한 제주인이자 글로벌 제주인=그는 스스로 고향을 사랑하는 영원한 제주인이자,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야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글로벌 제주인임을 자부하고 있다.


그는 2004년 중국에 처음 제주도민회가 만들어질 때부터 참여해 초대 회장으로 맡아 고향을 떠난 제주도민들을 아우르기도 했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으로 5년째 활동하고 있으며 광저우협의회 수석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광저우 한인 성당 사목회장이기도 한 그는 올해 초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그는 제주와 중국의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최근처럼 교류가 이뤄진 기간은 5년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가 될 것”이라며 “미래의 제주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가 배타적이지 않고 좀 더 개방적인 시각으로 세계의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며 “ 제주의 전통과 문화,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고향 후배들에게 “시각을 넓히고 꿈을 가져야 한다. 제주도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과감히 도전하라”며 “젊으니깐 할 수 있다. 꿈과 도전과 준비된 사람에게는 항상 기회가 있다”면서 도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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