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고입 공동설명회는 왜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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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평준화지역 8개 고교의 고입 배정 방식을 두고 고교간 공방이 한여름처럼 뜨겁다. 몇몇 고교는 우수 학생이 특정 학교로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며 배정 방법에 대대적인 손질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고교는 학생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지 왜 제도를 탓하느냐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고입 배정을 개선하겠다고 나선 도교육청은 양쪽의 팽팽한 기세를 의식해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고육지책으로 2008학년도 고입부터 연합고사 성적과 학교 지망순위를 미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방에 대해 상당수 학부모들은 관심을 집중시키면서도 크게 달가워하지 않은 눈치이다. 모두가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하고 제주교육을 위한다는 대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눈에는 소위 상위권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승강이로 비춰지고 있다. 지난해 연합고사 합격자 2866명 가운데 1등급(351~360점)은 99명(3.45%), 2등급(341~350점)은 254명(8.86%)이다. 12% 내외의 학생을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교들이 우수 학생을 유치해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학교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것을 이해 못할바 아니다. 하지만 우수 학생에만 눈독을 들이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옳지 않다.

사실 도교육청이나 학교들이 평준화의 토대 위에 학생들의 선택권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귀에는 침 발린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교육당국이 매년 입시철되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입시 요강과 입시 일정 정도만 제시하고 있지 고입 공동설명회를 개최, 학교를 비교 평가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적 없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중3수험생 학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면서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은 귀동냥과 입소문에 의존하고 여기서 조금 나아가면 학교 홈페이지 클릭하기, 주변에 선배 학부모로부터 자문 구하기, 학원에 문의하기 정도이다. 가족, 친척 중에 중·고교 교원이 있으면 사정은 다소 나아진다.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으니 자녀가 ‘친구따라 강남 가겠다’고 해도 제대로된 조언을 해 줄 수 없다. 학생의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상급학교로부터 스카웃 대상이 되고 있지만 선택의 폭이 좁기는 마찬가지이다.

또 학생 유치에 나서는 고교측이나 바쁜 입시 준비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 손님을 맞이하는 중학교측 모두 피곤하다. 오랫동안 고교에서 근무한 교사들은 동료 중학교 교사와 학부모를 개인적으로 만나 간청하고 설득하는 일에 이골이 날 지경이다. 이처럼 학생 유치전이 음지에서 행해지면서 부작용도 낳고 있다. 특히 해외체험 연수 등을 내건 우수 학생 유치전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육당국과 학교는 고입 공동설명회를 개최해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수고를 덜어줘야 한다. 고입설명회를 통해 학교의 경쟁력과 다양한 학습전략 등을 소개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 그것이 교육이다.

고입설명회는 평준화 지역 인문계고교에만 국한해서는 안된다. 비평준화지역과 읍·면 지역 인문계고교들도 기숙사 신축과 원어민교사 확대 배치 등 교육환경을 개선한 만큼 이를 충분히 홍보토록 해야 ‘내고장 학교보내기 운동’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문계고교들은 다양한 학과와 특성화 전략 등의 소개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당국은 고입 배정 개선을 ‘학생을 위한 제도’이다는 말을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실시한 적이 없는 고입 공동설명회를 개최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 수요자를 위하고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말에 수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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