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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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요절 시인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다. 이 시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시인의 ‘희망의 내용’이다. 무얼 그리 희망했기에 나중에는 그것들이 모두 질투로 남았을까. 시인의 희망이 무엇인지는 시인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있으면 야구 방망이로 사람도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천박한 재벌은 아니었을 게다.

더구나 돈 받아놓고 받지 않았다고 툭하면 거짓말만 늘어놓는 정치꾼도 아니었을 게다.

단지 시의 내용만으로 볼 때 시인의 가장 큰 희망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지 않았나 싶다. 그것 외의 희망은 모두 질투였다고 시인은 말하는 듯하다.

아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낮은 차원의 그 무엇을 위해 오늘도 사막을 헤매고 있을 게다.

▲그런데 ‘질투는 나의 힘’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경마장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과천 경마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강해’라는 이름을 가진 경주마가 결승점을 100m를 앞두고 1위로 달리던 중이었다. 그런데 2위로 달리던 ‘더블샤이닝’이 ‘강해’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 때 화가 난 ‘강해’가 고개를 돌려 상대방의 엉덩이를 물려고 했다. 기수도 중심을 잃어 어쩔 줄 몰라 했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화가 나는 법이다.

그래서 프로복서 마이크 타이슨이 경기 중 상대방의 귀를 물었으며, 우루과이 축구 선수 수아레스도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조르조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물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사람들은 모두 안다. 누구나 질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물론 동물도 질투하고 시샘도 한다. 그런데 과천 경마장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동물이 경기 내용을 가지고 이렇게 질투를 할 줄은 몰랐다.

어느 경마장에서건 말들은 그저 열심히 뛰는 줄만 알았다.

그렇게 뛰면서도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앞지를 경우 벌컥 화를 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다면 말들은 경주를 하면서 자기가 몇 등을 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언젠가 경마장에 가면 1등한 말과 꼴등한 말의 표정을 자세히 봐야겠다. 한쪽은 우쭐대고, 한쪽은 시무룩한지 말이다.

박상섭.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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