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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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온 아이는 유치원 입학 시기를 놓쳐버렸다. 할 수 없이 한 달 후 새로 짓는 유치원에 입학하기로 하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런데 아이 어머니는 대학 평생 교육원에 등록을 하고 공부하러 오게 되었다. 세 시간의 수업 동안 아이와 함께 있어도 되는지 물어왔다. 7살 아이는 똘똘하고 의젓해 보여 아무 문제없다고 말씀드렸다.

 

첫 강좌 때였다. 세 시간의 수업을 반 쯤 하고 나서 쉴 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지루함을 모르고 잘 적응하고 있었다. 아마도 새로운 환경에 대해 호기심도 있고 약간의 어색함도 있어 나름 참았을 지도 모른다. 쉬는 시간 후 30분이 바짝 지나고 있는데 아이 때문에 수업에 방해될까 봐 맨 뒤에 앉은 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고 아이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는데 누가 보아도 지루한 시간이라고 여겨질 만큼 표정이 없어 보였다.

 

한참 강의를 하다가 “저기, 이름이 뭐야?” 하고 아이를 보며 물으니까 엎드렸던 자세를 바로 하고 나를 쳐다본다. 그래서 다시 “이름이 뭐야?” 했더니 아주 작은 소리로 말하는데 알아듣지 못하겠다. 엄마가 대신 조금 큰소리로 답해주셔서 이름이 00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아이에게로 쏠린다. 물론 아이가 많이 당황스러울 것 같았다.

 

“으응! 선생님이 보기에 00가 많이 지루할 것 같은데 꾹 잘 참고 있으니까 대견해서 그래. 00엄마는 참 좋겠다. 00가 이렇게 의젓하고 참을성이 많아서…”라고 한 마디 했다.

 

그러자 아이 눈빛이 달라진다. 조금 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약간 찌푸린 표정이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금방 생기가 돈다. 자세도 달라지고 안 들어도 되는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참 대견한 일이다. 7살 아이가 가지고 놀 것도 없이 어른을 따라왔는데 이렇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이!

 

강의가 끝나고 막 나오려는데 엄마가 화장실 간 사이에 기다리고 있던 아이가 망설임 없이 말을 걸어온다.

 

“저 두 시간도 넘어 그렇게 있었지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그럼! 어쩜 00는 그렇게 참을성이 많을까? 오늘 많이 힘들었지?”

 

“아니오.” 대답하는 아이의 눈빛이 정말 맑다. 또 다른 성취의 경험이 쌓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네 번을 정말 잘 견디더니 요즘 유치원에 갔단다. 00가 오지 않는 강의실이 조금 허전하지만 유치원에서 그렇게 지혜롭고 의젓하게 지낼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흐뭇한 마음이다. 가끔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우리 00가 선생님 엄청 좋아해요. 나중에 또 여기 올 수 있느냐고 물어요.”

 

00도 아나보다. 나도 00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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