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천정배, 참여정부 동지서 '호남패권' 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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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권·야권재편 이루려면 상대방 밟고 가야하는 운명
광주서 외면당한 文, 그 뿌리는 참여정부 분당·대북특검

노무현 정부의 창업과 수성(守城) 동지였던 문재인과 천정배, 두 정치인이 향후 호남 패권을 둘러싼 '외나무 다리' 승부를 벌여야 하는 정적(政敵)으로 마주치게 됐다.

   

천정배 의원이 탈당을 감행하면서 4·29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의 참패를 초래한 '비수'를 꺼내들면서 '악연'은 이미 시작됐다.

   

문 대표에게 무엇보다 뼈아픈 게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을에서 천 의원에게 당한 패배이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든든한 지지기반이었던 광주 패배로 인해 당장 천 의원이 세운 깃발을 기치로 내년 총선 때 새정치연합과 경쟁하는 호남 정치결사체 또는 신당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등 '안방의 반란'이 발등의 불이 된 상황이다.

   

'천정배 지지'로 가시화된 호남 민심의 이반은 친노(친노무현)세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문 대표로선 차기 대권가도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갈등의 뿌리는 13년 전인 2002년 대선 경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남은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줌으로써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의 진원지가 됐고, 노 후보는 여세를 몰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김대중(DJ) 대통령 시절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을 수용, 호남 민심이 노 전 대통령측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특검으로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김대중 정부 핵심인사들이 구속됐고 동교동계는 "배신행위"라고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양측의 갈등은 결국 2003년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의 분당 사태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호남이 좋아서 나(를) 찍었겠나"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남 민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또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 대표가 "대통령도 부산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부산 시민을 향한 '하소연성' 발언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부산정권' 단어로 호남쪽의 반발을 일으켰다.

   

우여곡절끝에 분당 8년 만인 2011년 12월 민주통합당이라는 한 지붕 아래 다시 모여 봉합되는 듯했다.

   

그리고 2012년 대선에서 광주는 당시 문 후보에게 92%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낙선 이후 문 대표가 호남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잠잠하는 듯했던 갈등은 2·8 전당대회 때 문 대표와 호남 출신 박지원 의원이 경선 룰 개정을 두고 '벼랑 끝 공방'을 벌이며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선거 초반 동교동계가 재보선 지원을 거부하는 해프닝이 있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천 의원이 탈당을 결행한 것도 호남 민심의 흐름을 배경으로 했다는 분석이다.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에 속하는 문 대표와 천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과 법무장관을 지내며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 심판론'을 내걸었고 문 대표를 향한 회초리를 호소했다. 또 당선 일성으로 호남 지역에서 새정치연합과의 경쟁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호남 신당 창당까지 염두에 두면서 문 대표가 주도하는 새정치연합의 지지기반을 허물고 야권 새판짜기를 본격화하겠다는 '선전포고' 인 셈이다.

   

문 대표의 2017년 대선가도에는 장애물 '천정배'가 도사리게 된 셈이고, 천 의원의 야권 재편 실현을 위해서는 문 대표 체제에 구멍을 내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정치적 동지가 명운을 건 정적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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