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천혜의 환경 제주에서 ‘예술의 다양성’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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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옥선
   
사회에서 미처 주목 받지 못하는 이들을 사각 시선에 포착, 그만의 경험으로 해석하며 뭇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사진작가 김옥선씨는 오는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씨에서 ‘빛나는 것들’ 사진전을 열고 있다.

어떤 것들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본연의 빛이 발산돼 주목받지만 또 어떤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교감돼야 만이 자신도 알지 못하던 빛의 존재를 깨우치게 된다.


제주의 자연도 그렇다. 마주하는 이들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아름다움만 보이지만 재해나 사람에 의해 상처받고 소외받은 자연이 눈에 들어오는 이들도 있다.


김옥선(47) 사진작가의 앵글에 담기는 제주의 자연도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부르는 풍경은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 할 만큼 단장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선생님을 꿈꾸는 교육학도였다. 하지만 대학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며 사진에 매료돼 부모님에 의해 만들어졌던 꿈과는 이별하고 사진디자인을 전공, 사진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그 후 다음작가상(2007년)과 세코사진상(2010년)까지 수상한 그는 국내·외 전시에도 무수히 초대되며 소위 ‘잘 나가는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독일인과 백년해로 한 그는 남편이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외국인과 결혼해 꾸려진 가정 안에서의 아내와 남편 그리고 동성커플 등 사회에서 미처 주목 받지 못하는 이들을 사각 시선에 포착, 그만의 경험으로 해석하며 뭇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994년, 지금으로부터 21년 전 천천히 제주에 뿌리를 내리고 스며든 그. 그의 주무대를 왜 제주로 옮겨온 것일까.


“20여 년 전 그 당시에도 서울은 지금만큼 답답하고 바쁘게 움직여야만 하는 곳이었다”는 그는 “특히 남편이 조용하고 편안한 곳을 원하기도 했고 제주는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낯선 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휴식처 같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은 시중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버터와 와인마저도 그 당시 제주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어서 서울에서 직접 공수해 와야만 했었다는 그. 그래도 그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제주’였기에 그 정도의 난처한 상황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감히 말한다.


“천혜의 자연 환경 속에서 고요하게 지낼 수 있는 대신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간혹 이곳에 없는 물건을 구해 와야 하는 불편함 정도는 충분히 감수해야 한다”는 그는 현재 제주도민이어서 무척 행복하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옥선 作 Untitled_wolpyung142.(사진왼쪽)  사진전 ‘Woman in a Room’ 전시 작품. 평범한
여성이 거주 공간에서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는모습이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작품’ 하면 그 속에 아름다움·숭고함을 담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사진=풍경’이라는 생각이 자리잡는 순간 다양성은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고 믿는 그는 “지저분하고 추한 모습과 일상도 현대미술의 화두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무엇보다 작가와 관람객 간 시선의 합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제결혼이나 동성커플에 유독 큰 관심을 둔다. 그 자신이 국제결혼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 역시 한국인과 독일인의 결합이었다”고 말문을 연 그는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이 향하고 있는 시선, 낯섦과 친숙함 간의 차이를 내 관점과 어울려 객관적인 감성으로 표현하다 보면 흔한 것들에서 소중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며 스쳐 지날 수 있는 일상의 것들에 대한 애착의 징표임을 강조했다.


강산도 두 번이나 변했을 시절을 이곳 제주에서 보낸 그에게도 문화예술에 대한 제주의 대처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


“제주 사람들에게는 일상인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이국적인 소재가 되는 것처럼 제주에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들이 무한히 내재돼 있다”고 말한 그는 “쏟아져 나오는 작품에 비해 소통의 역할을 해야 하는 ‘창고’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작가 자체의 예술성·무한성을 인정하는 문화적 기반 구축을 제언하기도 했다.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예술인을 비롯한 일반인들과 문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싶다는 예술가, 드라마틱하고 판타스틱하지 않아 주목받지 못 하는 풍경에서 반짝임을 찾아내는 작가, 평범함·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여성, 김옥선.


그가 오는 25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씨(대표 안혜경)에서 ‘빛나는 것들’ 사진전을 열고 있다. 외부에서 제주로 유입된 나무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면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주화(化)’되는 것처럼 발길이 뜸한 숲속에서, 인적이 없는 빈집 마당 등에서의 나무와 제주의 자연이 어떻게 ‘김옥선화’ 돼 재탄생했는지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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