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가
누구를 위한 특별자치도인가
  • 김태형 기자
  • 승인 201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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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출범 9주년을 맞는 제주특별자치도는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최근 발표된 제주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인사와 예산, 인허가 등 행정 운영의 기본이 되는 부문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 사례가 수두룩하게 적발되는 난맥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전임 도정 당시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사안의 위험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미리 정한 서열에 맞추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 없이 근평 점수를 조정해 승진 후보자 순위가 바뀌는가 하면 규정에 없는 임시 기구를 추가로 설치한 후 적정 직급보다 낮은 직원을 전임 직무대리로 임명해 사실상 승진 혜택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근무성적평정위원회에서 결정돼야 할 최종 순위와 평정 심사 권한 침해 등으로 인사 평정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예산과 관련해서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의회에서 민간인 국외 여비와 민간 보조금 등 선심성 예산 1294건(309억여 원)을 증액 또는 신규 편성했는 데도 재의를 요구하지 않은 채 그대로 확정하고, 집행 기준에 어긋나게 예산을 집행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인허가 처리에 있어서도 헬스케어타운 사업 계획 변경에 있어 경관 심의 절차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가 하면 한 골프장 리조트 개발 사업인 경우 생태계 보전 3등급 면적 훼손율이 기준치를 초과해 추진될 수 없는 데도 사업 시행 및 변경 승인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계기로 공직 사회의 그릇된 관행과 도감사위의 미흡한 역할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내부 혁신과 기능 강화 등을 통한 재발 방지 대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도 이번 사안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근본적인 혁신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특히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해 “도정의 수장부터 공직 사회 내부에서의 사조직 내지는 잘못된 편 가르기 등으로 공사 구분이 흔들리고 근본에서부터 원칙이 무너져 인사와 예산, 인허가 등에서 잘못된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잡고 있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문제”라고 전임 도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어 “근평을 조작하고, 인허가 기준 및 지침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특정 혜택을 주고, 예산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진행되는 악폐들을 추방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하겠다”면서 “강도 높은 감사를 일상화하기 위해 제주도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및 기능 강화 조치를 과감하게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직 도정 수장이 의지를 밝힌 대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에 앞서 중요한 게 공직사회 내부의 뼈를 깎는 자성과 개혁 의지다.

9년 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당시 행정에서는 특별자치도의 성공 요인으로 ‘도민들의 자치 역량’을 우선적으로 거론하면서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반면 학계 등 전문가 그룹을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의 자치 역량 시스템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로 부분적이지만 기본이 무너진 행정의 자치 역량 시스템의 현주소가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직 사회 스스로의 자정 및 혁신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사실 특별자치도 특례를 통해 인사와 예산, 인허가 등의 자율권을 보장하고 정부 대신 도감사위에게 감사를 맡긴 궁극적인 취지는 제왕적 도지사나 공무원들의 승진 잔치를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

특별자치도에 대한 도민 체감도와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는 도민들을 위한 특별자치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 사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

김태형.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