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헝그리정신으로 수처리 전문기업 일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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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자가 세상을 얻는다' 신조로 끊임없이 도전...중국 넘어 동남아시장 진출
오상용 에이스수처리 사장(왼쪽에서 네번째)이 칭다오 공장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더 큰 도약을 위해 결의를 다지고 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젊은 제주인 오상용 에이스수처리 사장(49).


‘도전하는 자만의 세상을 얻는다!’라는 신념처럼 그의 중국 인생은 한마디로 ‘헝그리정신’, ‘맨 땅에 헤딩하기’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듯 싶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왔고, 여전히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를 칭다오국제공항 인근 수처리설비 공장에서 만났다.


▲중국과의 첫 인연=서귀포시 서홍동 출신인 그는 서귀포초와 서귀포중, 서귀포고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달라지기 시작하건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서울 서경대 무역학과에 진학한 그는 우연치 않게 학내 분규에 참여하게 됐고 그 일을 계기로 대의원총회 의장을 맡는 등 다양한 적극적인 대학생활을 보냈다.


그러던 중 뜻밖에 기회가 찾아온다. 정부 지원으로 1990년 초 전국 대학 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중국에 다녀오게 된다.


중국을 방문한 그는 엄청난 스케일에 큰 충격을 받았고,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인 1993년 중국 베이징 제2외국어대학에서 어학연수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언어는 절대 책상에 앉아서 배우는 게 아니”라며 “전혀 모르니 절박해지고 부닥치니깐 되더라”고 연수 당시를 회상했다.


▲또 다시 중국으로=1년 반의 중국 연수와 7개월 동안의 필리핀 영어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1995년 서울에 소재한 정수기 관련 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정수기 부품을 수입, 공급하고 완제품을 제작해 유통하는 회사였다.


정수기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는 부품에서 제조, AS는 물론 총무 분야까지 많은 일들을 익히게 됐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입사 6개월 후부터 중국 톈진에 있는 현지법인을 관리하게 된다. 그는 한 달에 절반은 중국, 절반은 한국을 오가며 양쪽에 일을 모두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는 IMF를 피해가지 못했고, 결국 필터를 생산하는 또 다른 한국 회사로 인수됐다. 그는 새로운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 부총경리로 중국 현지를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주재원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중국 기업에 판매한 정수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회사에서는 공장에 책임을 지우려고 했지만 그는 한 사람의 잘못이기 보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결국 상사와 맞서다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얼마 후 오해가 풀리면서 한국 본사에서 그에게 다시 같이 일하자고 제의했지만 그는 재입사를 거절하고 1999년 중반부터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에이스수처리에서 제작된 수처리 설비

▲맨땅에 헤딩하기=그는 퇴사 직후 잠시 자신과 친한 대만 형님이 상하이에 투자한 가정용 정수기 겸 수처리회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는 그 회사에서 수처리 엔지니어링에 대한 기술과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내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수처리설비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공장의 정수기다. 공정에 맞게 물을 여과해 주는 설비로, 모든 공장에는 수처리설비가 들어가야 한다.


그는 톈진에 10㎡도 안되는 오피스텔을 빌려 사무실을 내고 며칠 동안 잠도 자지 않으며 일했다. 소형 수처리설비 계약을 따내면 설계하고 부품을 확보해 공장을 빌려 조립, 납품했다.


당시 주변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엄이 왔다고 환호했지만 그의 2000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냈고 중소형 정수설비를 판매하고 원자재를 수출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게 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새로운 사업이 안정을 찾을 무렵 그는 갑자기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 제주로 돌아온다. 2002년 월드컵인 한창인 때였다.


그는 “한창 돈을 벌고 있었는데 무작정 돌아가고 싶었다”며 “10년 동안의 중국 생활에 대한 피로감과 고향에 대한 향수병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로 돌아와 처음에 좋았지만 어느 순간 답답함을 느꼈다. 그는 2004년 다시 무작정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과거 톈진에서 자신과 함께 일했던 중국인 직원과 함께 칭다오에 터를 잡게 된다.


그는 이제 막 벽돌이 올라가기 시작한 현재의 공장터를 빌려 사무실과 공장을 만들었다. 헝그리정신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200㎡ 규모의 수처리설비 공장을 세워 2005년 1월 창립식을 가졌다.

 

이후 한국의 지인과 협력해 사업을 본격화했고 초창기 1년가량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2006년부터 승승가도를 달리게 된다.


그는 “수처리설비는 중국에서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었다”며 “공장의 부대시설로, 모든 공장에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직원이 33명까지 늘어나고 매출도 급증했다. 하지만 그는 무서운 성장세가 오히려 걱정으로 다가왔다.


결국 다른 지역으로 투자를 확대하려는 파트너와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그의 의견이 충돌했다. 그는 고민 끝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2009년 다시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후 그의 맨땅에 헤딩하기가 또 다시 시작된다. 그는 직원 세 명과 함께 인근에 작은 사무실을 차렸고, 역시 공장을 빌려서 설비를 제작했다. 그는 그렇게 사업을 조금씩 키워나갔다.


그는 결국 2년만인 2010년 10월 자신이 맨 처음 벽돌을 쌓아 올려 2005년 1월 창립식을 가졌던 지금의 공장과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의 공장에는 현재 13명의 기술자와 사무직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베트남 지사에도 3명이 일하고 있다.


그는 신기술 개발과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원가 절감, 한국적인 마인드의 철저한 사후 관리시스템으로 중국 시장을 뚫고 있다.


그는 이제 새로운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바로 동남아시아지역이다. 그는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설립했고, 올해에는 정식으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중국의 최근 포화상태가 되는 것 같고,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베트남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서도 역시 헝그리정신이다. 중국 칭다오는 제조공장이고 베트남은 판매와 사후 관리가 주력이 될 것”이라며 “우선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도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항상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더라”며 “누구든지 다 된다. 자신을 믿지 않고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하면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드시 돌아갈 고향 제주=그의 체구는 작은 편이다. 하지만 작지만 강한, ‘요망진’ 제주인이다. 그에게 제주는 반드시 뼈를 묻어야 할 고향이다.


중국인 아내와 결혼한 그에게는 3명의 자녀가 있다. 중국 내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녀들은 한국어는 물론 중국어, 영어에 능통하지만 집에서는 반드시 한국어를 써야 한다. 대학도 반드시 한국으로 보낼 생각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뼈를 묻을 곳은 고향 제주다. 앞으로 1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에 돌아가 평생을 만났던 지인들과 국경 없이 같이 하고 싶다”며 “여유가 된다면 젊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의 발전을 위해 제주도가 한·중·일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중국의 모습을 잘 모르고 겉모습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중국을 잘 활용하면 어마어마한 이익이 된다. 지도를 뒤집어 보면 제주는 한·중·일의 중앙이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칭다오=강재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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