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아들의 작은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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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닌다던 지인의 아들이 갑자기 은퇴를 했단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그것도 임원으로 다니던 어느 날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퍽 유쾌한 일은 아닐 거란 생각에 잠잠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몇 달 후, 은퇴한 아들이 가까운 가족, 친지들만 초대하는 작은 음악회를 연다는 소식이 들렸다. ‘은퇴한 대기업 임원의 작은 음악회’가 잘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이야기 주인공의 생일에 즈음하여 가족과 친지들이 제주시내 어느 장소에 모였는데 부인의 피아노 연주부터 시작된 작은 음악회는 주인공이 그 동안 익혀둔 성악 발표와 가족들의 애창곡 부르기까지 흥겨운 시간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한 마디 하였는데 ‘입사 30년은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보냈으니까 이제부터 나머지 시간은 본인을 위한 삶을 살아갈 것을 세상에, 특히 자식들에게 선언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분위기가 어땠을 지 짐작이 된다.

 

여기서 몇 가지만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누구나 올라갈 때가 있다면 내려올 때도 있다. 그런데 올라갈 때 주변의 박수나 응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올라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고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려올 때,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아예 안 올라간 것만도 못할 때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내려올 때를 알고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일찌감치 준비된 부모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이 50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로부터 들은 새해 덕담은 바로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네 구절이었다. 그 중 ‘遊於藝’에 해당하는 준비를 미리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새해 덕담을 들은 아들은 그 해부터 평소 하고 싶었던 성악 공부를 틈틈이 해오고 있었는데 애초에 목표한 3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난 첫 번째 생일에 연 작은 음악회는 드디어 자신만의 길로 들어선다는 선언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새해 덕담을 들은 아들이 선뜻 아버지의 뜻을 받들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아버지를 신뢰하고 존경하고 있다는 뜻일 게다. 자녀들에게 존경받는다면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지만 자식들 또한 더없이 행운일 것이다. 먼 데서 위인을 찾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고 들으며 매순간 깨달을 수 있는 행운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자식들에게 행운을 주기 위해서라도 존경받는 부모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아버지 아래 더 훌륭한 자녀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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