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한국판 뉴햄프셔주’ 제주와 대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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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햄프셔주는 인구 123만여 명에 23㎢의 면적을 가진 자그마한 주(州)지만 미국 대선 지형도에선 ‘미국의 정치 1번지’라고 불리우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50여 년간 뉴햄프셔에서 지고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1992년 빌 클린턴이 유일할 만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자가 대선 승리라는 공식이 적용돼왔다. 사실상 무명이었던 지미 카터는 뉴햄프셔에서 승리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발돋음했고 결국 백악관에 입성했다.

‘뉴햄프셔에서 이기지 못하면 대통령 당선은 물 건너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대선에서 ‘족집게’역할을 해왔다. 이는 뉴햄프셔가 전통적으로 가장 먼저 항상 당내 후보를 결정하는 프라이머리를 치르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뉴햄프셔주의 주도(州都)인 콩코드에는 ‘우리가 미합중국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 놓은 상점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고 한다.

뉴햄프셔의 주민들은 35%가 어느 정당에도 속해 있지 않다가 투표 당일 당을 선택해 입당하고 투표가 끝나면 바로 당을 떠나버리는 불편부당하고 객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촌각이 바쁜 대선 주자들은 선거 풍향계 역할을 하고 있는 뉴햄프셔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선에선 어떠할까. 전국 민심의 척도인 제주가 새로운 정치 1번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19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실시된 대선 때마다 각 후보 순위와 득표율이 전국과 정확하게 일치, 전국 정치판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13대 대선때 노태우 후보를 시작으로 14대 김영삼 후보, 15대 김대중 후보, 16대 노무현 후보가 제주에서 1위를 기록하며 각각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어 제주민심이 대권향방을 결정짓는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는 탈지역주의와 도시화의 균형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영남·호남·충청 등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서울과 한 시간 거리로 소통이 가능해 도시화 성향이 강하다. 대선 후보와 직접적인 연고가 없어 지역구도에서 자유롭고 유권자 성향도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 현상이 적어 ‘한국판 뉴햄프셔’로 비유되고 있다.

이에 따라 119일 앞으로 다가온 제17대 대선에서도 여야 정치권은 당내 경선 등 각종 정치 이벤트를 이미 갖거나 잇따라 계획하며 제주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이 지난 7월 22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경선 후보 첫 합동연설회를 제주에서 연 뒤 지난 20일 전당대회를 통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17대 대선후보로 확정했다.

민주노동당도 지난 20일 제주를 시작으로 경선에 돌입해 다음달 9일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투표만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예비경선을 거쳐 다음달 15일부터 제주를 출발점으로 전국 16개 시·도를 돌며 본경선을 실시해 10월 14일 대선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제주민심에 대한 대권주자들의 구애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예컨대 제2공항 건설을 공식화하는 등 각종 현안 해결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하며 도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는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나 인구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내외에 지나지 않는 작은 곳이다. 비록 대선전에는 전략적인 정치 요충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대선후에도 주목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제주가 정말 우려하는 것은 선거전 ‘화려한 공약(公約)’이 선거후에 ‘헛 공약(空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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