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판 잔치
먹자판 잔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잔치’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그 종류와 다양성에 있어서도 아마 세계에서 최고가 아닐 듯싶다.
백일잔치로 시작해서 돌.생일.결혼.회갑.진갑.고희 등 나이와 관계되는 것만 해도 부지기수다.

이 뿐만인가. 집들이.영전.합격 등 그 수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이들은 모두 축하잔치들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축하잔치말고도 이상한 잔치들이 많다.
초상집도 그 중 하나다.
말이 초상집이지 실상은 잔치판이다.
술판에다가 노름판에다가 싸움판까지 벌어진다.
제삿집도 마찬가지이다.
자정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아예 초저녁부터 술판이다.

잔치의 종류야 어떻든 모든 종류가 한 가지 공통점으로 ‘먹고 마신다’는 것이 한결 같다.

사람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고 마시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이 모두 먹고 마시는 데 밀접하고 거기서 시작돼서 거기서 끝나서 그렇다고 설명하는 이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속담에도 먹는 것에 관계되는 것이 많다.
“누워서 떡 먹기”, “눈치가 빠르면 절간에 가도 조개젓을 얻어 먹는다”, “떡방아 소리 듣고 김칫국 찾는다”, “공술 한 잔 보고 십리 간다”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속담 속의 풍유는 얼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것’에 급급하기에 우리 조상들이 너무 먹는 것에 미치지 말라고 경계하고 있는가 웃음이 나오기까지 하는 것이다.

며칠전 집들이 잔치를 하고 있는 어느 인사의 집에 갔더니 잔치도 이만하면 그 호화로움이 세계 정상 수준급이 아닌가 생각되기까지 했다.

우선 술.
그 집에는 ‘발~’ 뭣인가 하는 양주를 몇 박스씩 쌓아 놓고 있었는데 손님들에게 마치 소주를 내다주듯 2병씩 3병씩 갖다 주는 것이었다.

이 방 저 방에서 왁자지껄 술판이 벌어졌고 한편에선 노름판도 달아올라 있었다.

그야말로 먹자판 잔치가 되어 있었다.
집들이 축하를 하려고 간 한 친구가 ‘잘 차렸다’고 인사하자, 집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천만원쯤 썼는데, 뭐 부조가 그 정도는 들어오겠지.”

먹고 마시고 날새고,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걱정부터 앞선다.
세상천지가 이러니 온 나라가 먹자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