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현장 르포
대구지하철 참사 현장 르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말로 표현 못 할 아수라장

전쟁터 같은 형장 구조대원도 경악
앙상한 전동차 처참한 순간 짐작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구조대원 수백여 명이 투입됐지만 사건 발생 4시간이 지나도록 대다수가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유독가스가 지하철 역사 내부를 완전히 메워 역사 내부로의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

하지만 오후 3시 유독가스가 상당 부분 가신 뒤, 구조대원 수백 명이 구조와 사체 수습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 안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이 구조대원들은 현장 모습에 경악하고 말았다. 불이 난 객차 안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 20여 구가 뒤엉켜 처참하게 나뒹굴고 있었던 것. 구조대원들은 객차가 완전 전소됐고 승강장 곳곳도 심하게 그을려 있었다고 전했다.

오후 3시30분쯤 전동차 안에 있던 시신 10여 구가 일단 수습돼 바깥으로 운구됐다. 오후 4시 이후에도 소방대원들은 수색을 계속하고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족들은 사체가 지하철 출구 밖으로 속속 운반돼 나오자 오열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체가 심하게 훼손돼 신원을 파악할 수 없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듯 가슴을 치며 주저앉았다. 상황실에 설치된 실종자 접수처에는 수백 명의 가족들이 나와 “내 가족을 찾아 달라”고 울먹였다. 오후 3시30분 현재 60여 명이 실종자로 신고됐다.

연기가 일부 걷힌 오후 3시30분쯤 취재진이 승강장 안으로 진입하자 마치 전쟁터를 보는 듯했다.

출입구로 내려서자 매케한 연기가 코를 옥죄왔고 지하 1층 첫번째 광장에는 유독가스가 광장 내부를 여전히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앞은 보이지 않았고 옆사람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하 2층을 거쳐 사고현장인 지하 3층 승강장에 도착하자 불에 탄 전동차는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고 있었다.

안심 방향 및 대곡 방향 객차 12량은 나란히 서 고철로 변해 있었고 아직도 객차 내부 곳곳에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창문은 거의 대부분 엄청난 열로 녹아내렸고 전동차에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열기가 남아 있었다.

전동차 안팎에는 시체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승객들의 가방과 신발, 안경 등 유품들도 널브러져 있어 사고 당시의 처참함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사고 현장 곳곳을 헤집으며 사체를 업고 출구로 빠져 나왔고, 혹시나 숨이 남아 있지 않을까 싶어 손마디를 시체의 가슴 위에 대고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잠시. 사고 발생 수 시간이 지난 탓에 대부분 시체는 완전히 훼손돼 있었고 신원조차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역무원들이 상주해 있던 지하2층 사무실도 완전히 그을려 있었고 이곳에서도 열기는 느낄 수 있었다.

처참한 현장. 한 명의 덧없는 불장난이 이리도 엄청난 결과를 빚었던가. 취재진과 구조대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신문제휴
매일신문제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