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사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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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있다.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가난해도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사회적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의미로 쓰여진다. 흔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을 가리킨다.

개천의 한자어는 ‘開川’이다. 개골창 물이 흘러나가도록 골이 지게 길게 판 ‘내’를 일컫는다. 작은 물줄기가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내’다. 말 그대로 하잘 것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서 용이 나왔으니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예로부터 ‘개천에서 용 나는’ 가장 흔한 방법이 시험이었다. 조선시대 땐 돈 없고 배경 없는 시골의 선비가 과거(科擧)를 통해 입신출세하는 사례가 적잖았다. 근래 들어서도 집안이 가난하지만 시험을 잘 봐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공직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계층 이동 사다리의 대표적인 게 사법시험이다. 그간 숱한 인생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제주가 낳은 수재 원희룡 도지사가 그렇다. 그는 1992년 사시(司試)에서 수석 합격했다. 고졸 출신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시라는 사다리가 있었기에 결국은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사시는 1963년 시작됐다. 법조인이 될 자격을 검정하는 시험이다. 1차 객관식, 2차 서술형 주관식, 3차 면접 등 세 번에 걸쳐 치러진다. 합격 후 반드시 사법연수원을 수료해야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이 주어진다.

사시 합격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늘 구멍처럼 어렵다. 그렇지만 부모의 출신과 경제력 등에 좌우되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 있는 자만이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정한 게임이다. ‘축 아무개 사시 합격’란 플래카드를 충분히 내걸만 하다.

▲‘희망의 사다리’로 비유되던 사시가 오는 2017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이 이를 대체한다. 2007년 로스쿨 도입에 따른 조치다.

한데 로스쿨은 졸업 후 학자금 대출부터 갚아야 하는 서민층 청년들에겐 별나라 얘기다. 3년간 학비와 생활비 등으로 1억원 이상 소요된다는 통계가 있기 때문이다. ‘돈스쿨’ 또는 ‘현대판 음서제’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장학제도나 사회적 배려대상 전형이 있기는 하다.

최근 사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이 그 중심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만 4건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 ‘사시 존치’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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