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예술품인 향수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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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부 교수>

향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인간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우연히 길가의 꽃향내를 맡으면 미소와 함께 행복감이 마음을 수놓는다. 향은 불가사의한 힘을 지니고 있어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고,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지배하기도 한다. 또한 향은 향기와 함께 수많은 색깔, 형태, 촉감을 연상시킨다.

 

일상생활에 유익한 향기물질(방향성 물질)을 향료라 한다. 16세기에 접어들어 170여 종의 정유(精油)가 증류되어 향료공업이 활발하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의 향장품이나 의약품의 제조기술에 공헌한 사람들은 약제사들이였다.

 

19세기부터는 화학의 발달로 화학자들이 수 백 가지의 천연향료를 추출·개발하였다. 이즈음부터 정유는 화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었고, 현대의 향료화학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19세기 중엽에는 인공향료의 합성에 성공함으로써 대량 생산에 의한 저가 향료의 공급이 가능해져서 향료의 대량 소비시대가 펼쳐졌다. 이와 함께 알코올공업이 발전하여 향료의 일반화, 향수의 대중화가 전개되었다.

 

향수는 향료를 알코올 등에 용해시켜서 만든 향장품이며, 보통 고형 또는 분말상태의 방향성 물질을 향료, 액체상태의 것을 향수라고 일컫는다. 향수는 향기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며, 이는 향기의 예술품으로 음악과 회화에 비교할 수도 있다. 좋은 향수는 향기에 특징이 있고, 원료의 조화성·확산성·지속성 등이 양호해야 된다.

 

향수의 부향률은 대략 25% 정도이며, 향수에 사용하는 알코올은 프랑스산으로, 특히 와인을 증류시켜 얻어진 것이 최상인 것으로 생각했다. 최근에는 고성능의 증류장치에 의해 정제되어 얻어진 에탄올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현대를 흔히 ‘감성의 시대’ 혹은 ‘감각의 시대’라고 칭한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우리 주변에 향과 관련되지 않은 상품은 없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향료는 색과 함께 상품의 꼭지점에 존재한다.

 

오드리 헵번을 위한 향수, 렝테르디(L’Interdit)는 청순함과 우아함, 그리고 세련된 기품이 느껴지는 향을 담고 있다. 그녀는 흰목련과 같은 순결하고 우아한 향기가 마음에 들어 이 향수를 자기 자신 이외에는 그 누구도 이용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아꼈다. 그래서 이 향수의 이름이 렝테르디(프랑스어로 금지의 뜻)로 명명되었다.

 

팔로마 피카소(Paloma Picasso)는 “향수는 냄새를 그린 자화상이다”라고 했다. 그녀의 이름을 딴 향수, ‘팔로마 피카소’는 극작가였던 멋진 남편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이것의 향기는 5월의 장미를 주제로 자스민, 히야신스, 백합 등으로 플로랄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오리스(orris, 흰붓꽃)가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선물한다.

 

최근에는 화장품 연구 분야에 있어 아로마 콜로지(aromachology)에 대한 관심도가 증대되고 있다.

 

aromachology는 향기에 의해 인간에게 다양한 영향을 주는 것을 고찰하는 이론으로 아로마(aroma, 향)와 사이콜로지(psychology, 심리학)의 합성어이다.

 

에센셜오일류를 비롯한 화장품에서 향기는 사람의 감정 또는 정서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인체의 자율신경계, 호르몬 및 면역계에 영향을 미쳐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 유지 향상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외면적인 화장과 더불어 향기를 통한 피부의 항상성을 유지함으로써 ‘외면으로부터 내면을 가꾸는 화장’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향료의 항균성, 항산화성 등의 유용한 기능적 특성이 지속적으로 연구될 것이다.

 

앞으로 향료와 향수를 포함한 화장품의 발전은 육체적 건강장수와 내면세계의 건강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만 제구실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발전에 대한 외침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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