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그림꾼
제주서 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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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최윤희 작가

돌, 바람, 여자…. 이렇게 3가지가 많다고 해서 제주는 삼다도(三多島)라 불린다. 그 중에서도 ‘제주섬’의 상징인 바람은 외부의 접촉을 밀어내기도 하지만 그 누군가의 흔적을 휘감아 가슴으로 품기도 한다.


최윤희 작가(32) 역시 제주의 바람에 끌림을 당해 ‘제주살이’를 시작한 문화예술인 중 한사람이다.


주로 종이와 만년필, 캔버스에 아크릴을 이용해 주제와 관련된 시리즈 그림을 그리는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레지던시(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머물며 작업) 활동 중 제주 출신의 친구를 알게 된 인연이 제주 정착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알게 된 친구와 서른즈음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차로 빙 둘러봐서 그런지 제주의 멋을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그는 “그 후 다시 찾아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카페의 문화공간을 빌어 작은 전시회를 열어보기도 하며 천천히 제주를 둘러본 것이 제주와 나의 공통분모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바로 물이다. 평소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제주의 ‘물’은 달랐다. 가까이 있었을 뿐인데 마음의 평온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바다의 가장 자리를 자주 걸으며 그 바다와 바람, 또 멀리 보이는 푸른 나무들과의 의도하지 않은 교감을 통해 작품의 소재를 체득한다.


사실 그의 제주 정착 이유는 대다수의 문화예술인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의 갑갑함·복잡함을 피해 제주의 여유로움·아름다움을 좇아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빽빽한 모습과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도 나름 매력 있고 예쁘다”는 그는 “하지만 그곳에서는 작품을 구상할 때 그려야겠다는 주제가 떠오르면 사진을 찍거나 인터넷을 이용해 소재를 찾아야 했지만 제주에서는 집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모든 것이 내 작품의 세계가 된다”며 제주의 생활은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를 위해서도 자신이 모르는 노력을 펼쳐 보이고 있는 그다. 그는 제주 정착 7개월 차인 새내기 제주민이지만 여느 제주인 못지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생전 처음 감귤밭에서 귤 따는 일을 해 봤는가 하면 지인의 버섯농장에서 자잘한 일손을 돕기도 하는 등 흔히 농촌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기회가 되면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이제 그는 그렇게 알게 된 제주의 삼촌(?)들과 김치를 비롯한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서서히 제주화(化) 돼 가고 있다.


그렇게 천천히 제주와 조우하고 있는 그는 이곳 제주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가 최윤희’의 내적 성장 발판을 다지고 있다. 1인 독립 출판 프로젝트인 ‘우당탕탕 내맘대로 공작소’ 운영이 그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 이름으로 출판된 그림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대량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출판계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우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그는 “그래서 내가 원하는 재료를 이용해 원하는 만큼의 양만 생산된 작품들을 그 때 그 때 세상과 그리고 사람과 통(通)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며 공작소의 의미 있는 설립 배경(?)을 풀어냈다.


그의 톡톡 튀는 발상이 담긴 그림책·달력·엽서 등의 작품들은 제주시 구좌읍의 남바마 버거집, 구좌상회, 김녕리 산호상점, 서귀포시 공천포 요네상회와 문화예술장터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불편한 것 없이 그저 제주가 좋기만 한 그에게도 개선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아직 운전을 하지 못하는 그가 자주 이용하고 있는 대중교통의 ‘대중화’이다.


그는 “내가 사는 곳이 시내권이 아니어서인지 대부분 오후 8시 이후면 버스가 끊긴다”며 “좀 더 체계적인 환승 시스템을 갖추고 막차 시간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시내권과 농촌을 잇는 충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제주에서 계획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사진·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공동작업·협작) 전시를 맘 속에 그리는 중이다. 사실 시기와 장소 등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우리의 기대나 관심이 그의 능률을 오르게 하거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하지 않을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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