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카지노와 태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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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귀포시 교류 도시인 강원도 태백시가 주최한 태백산 눈축제를 다녀왔다.

마지막 일정으로 태백시 이웃 도시인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방문 기간에 만났던 태백시 공무원들은 “내국인 카지노를 유치하지 못한 게 지금은 후회가 된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변변치 못한 직장에 다니던 친구 부부가 강원랜드에 취직한 후 연봉 1억원을 받고 있다”며 질시 어린 속내를 털어놨다.

이랬던 이들이 서귀포시 방문단을 강원랜드호텔로 데려가 놓고는 “카지노는 하지 말라. 컴퓨터가 하는 게임(슬롯머신)을 사람이 이길 수 있냐”며 신신 당부했다.

초청을 한 손님들이 혹시나 많은 돈을 잃을까봐 염려를 했던 것 같다.

1930년 남한에서 처음 석탄이 발견된 태백시는 1989년 석탄합리화정책으로 폐광도시가 되기 전까지 풍요로웠다.

‘산업 전사’로 불리던 광부의 월급은 공무원보다 3배나 많아 자부심이 넘쳤다. 광부의 아들과 딸은 대를 이어 광부가 됐고, 광부의 아내가 됐다.

‘강아지도 만원 짜리만 물고 다녔다’는 부자 도시 태백시는 1980년 인구 12만명이던 것이 지난해 5만 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당초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설 입지로 꼽혔던 태백시가 출자한 오투리조트는 경영난으로 채무액이 3600억원에 달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정선군에 있는 강원랜드는 밤하늘에 오색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특급호텔에서 제공하는 공짜 쇼와 하룻밤에 수 천 만원을 쏟아 붓는 불꽃놀이는 화려했다. 지난해 강원랜드 매출액은 1조4900억원에 달했다.

2013년 기준 정선군이 거둬들인 지방세 수입은 308억원으로 재산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 등으로 구성된 지방세는 인구가 많을수록 수입이 높다.

그런데 인구 4만명의 정선군은 5만명인 태백시(156억원)보다 2배나 많은 수입을 올렸다. 일각에선 이런 현상을 두고 ‘강원랜드 효과’라고 했다.

석탄산업 사양화로 ‘암흑의 유령도시’로 불렸던 정선군 사북읍은 카지노로 호황을 맞은 것 같았다. 사북역 주위로 술집과 모텔이 즐비했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하지만 곳곳에 전당포가 밀집해 있어서 ‘도박 중독자’를 양성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뿜어 나오는 공기는 사뭇 달랐다.

슬롯머신을 하거나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눈에는 쌍심지가 켜져 있었다. ‘잭팟(럭키세븐)’이 터지기 전까지 자리를 뜰 것 같지 않았다.

전국 17개 카지노 가운데 8개가 제주에 있다. 단,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에 따라 강원랜드는 2025년까지 내국인 카지노 독점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달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 강원도 폐광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와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여론은 제주, 부산, 인천에서 내국인 카지노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부산과 인천에선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내국인 관광객 894만명이 제주를 찾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내국인이 출입하는 선상 카지노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좌동철. 사회2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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