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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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현 감염내과 전문의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났을 때 느끼는 공포감은 본능이며 이런 반응을 통해 그 전염병을 피하려고 노력하면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페스트나 에이즈도 당시에는 기피 대상이었지만 이제는 사라졌거나 조절되고 있습니다.

 

요 며칠 국내에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으니 모든 대중매체의 머리기사로 나오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입니다. 이런 호흡기증후군 유행의 원조는 1919년에 발생했던 스페인 독감일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5000만명 내외가 사망했고, 건강한 청년이 열이 나고 2~3일 만에 사망했다는 것을 보면 현재 의학으로도 무서울 정도입니다.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므로 전파를 막을 방법도 당시에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런 두려움은 이후 발생한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올해 발생하고 있는 메르스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처 능력도 이에 비례해서 발전한 것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정확한 전파 방법을 알게 되어 이를 차단하면서 전파 속도를 늦추고,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 1차 감염을 치료하고, 합병증이 발생하면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이런 결과로 2009년 발생한 신종 인플루엔자는 중증도로 보면 스페인 독감과 비슷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세계적으로 1만 명 정도의 사망자만 일으켜 1919년 유행에서 5000만 명이 사망한 것과 비교하면 인류의 대처 능력이 그만큼 좋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스나 메르스는 원인 바이러스가 서로 유사하며 임상 증상이나 유행 양상 역시 비슷합니다. 이미 경험한 사스에서 보면, 8000명을 감염시키는 유행이 발생했다가 4개월 정도 후에 소실됐습니다. 메르스 역시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수를 보면 2014년 1000여 명을 감염시키는 비교적 큰 유행이 있었지만 이 유행 역시 4개월 후에는 종식됐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소멸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됩니다.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므로 초기 감염력은 높은 반면, 사람들이 이에 대해 주의를 하게 되면 감염력이 급속히 감소합니다. 즉 우리의 대처 방법에 의해 쉽게 감염력이 감소하는 성질이 있으며, 이는 사스 유행을 연구한 여러 연구에서 증명된 사실입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게 되면, 메르스의 존재를 몰랐던 시기(평택과 서울병원 응급실)에서는 강한 전파력을 보였지만, 메르스로 진단된 후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중앙정부와 의료기관들이 대처하고 개인들이 주의를 하면서부터는 전파력이 급속히 감소할 것입니다. 한두 명을 진단 못해 방어벽이 뚫렸다고 우려합니다만, 이들에 의해 발생하는 3차나 4차 감염자는 소수일 수밖에 없으므로,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을 유지한다면 이번 메르스 유행은 조만간 종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메르스 국내 유행 조절에서 아쉬운 점은 호흡기 격리가 필요한 질환은 처음부터 격리가 가능해야 대량 발생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보험체계에서는 이런 선제적 격리가 안 되어 초기 발생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응급실에서 2~3일 대기하다가 입원하는 것을 포함해서 의료전달체계가 낙후된 것도 병원 내 감염의 중요 원인이었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병원 내 메르스 유행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내 의료체계가 점점 퇴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또한 이런 문제는 2003년 사스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에서 이미 경험된 것임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미루고 있다가 올해 또 호흡기 전염병이 유행하고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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