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풍속도' 바꾼 메르스…"조문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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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여파로 교육 가족의 건강을 염려해 (유족이) 장례를 마친 후 연락을 주셔서 추후 공지함을 양해 바랍니다(A초등학교 친목회)"
   

최근 충북도교육청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부고(訃告) 안내 글이다.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장례식장의 풍속도마저 바꾸고 있다.

   

분향소에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이 흔치 않을 정도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오히려 유족들이 장례를 마친 후 부고를 알리거나 조문을 정중히 사양한다고 공지하는 사례도 적지않다.

   

B초등학교 친목회는 지난 15일 도교육청 내부 게시판에 이 학교 교장의 장인상을 알리면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조문은 받지 않습니다"고 안내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의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나서 의심 증세를 신고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조문을 하자니 께름칙하고, 안 하자니 유족이 서운해할 것 같아 고민하는 친지와 지인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세심한 배려다.

   

출근하기 싫어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거짓말하고, '답답하다'며 자가 격리를 무시하고 외출해 보건당국을 발칵 뒤집어 놓는 웃지 못할 촌극과는 사뭇 대조된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서는 조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의 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메르스 때문에 난리인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장례식장에 갈 것처럼 얘기해놨는데 갑자기 걱정된다"며 "주변에서도 저와 같은 걱정을 하는데 핑계를 대고 부조만 해야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빈소에 들르지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부의금만 전달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김모(35)씨는 "장례식장에 다녀오겠다는 남편에게 입구에서 부의금만 전해주고 오라고 했다"며 "조문까지 하는 것이 도리지만 워낙 뒤숭숭하니 조심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들이 평소보다 30%가량 줄었다는 게 청주시내 장례식장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청주의 C 장례식장 관계자는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조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청주의 D 장례식장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빈소 내 소독상황과 열 감지기 설치 여부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 3∼4통 걸려온다"며 "조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들"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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