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역정과 성장 환경에 따라 어떤 상황에 대한 인간의 표현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인간처럼 물질계도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표출한다. 그 중에서 주석(tin, Sn)도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변화무상한 모습을 연출하며 인간의 삶을 비웃곤 한다.
지난 3일 프로야구 롯데와 삼성전에서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쳤다.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최초로 통산 400호 홈런 기록이 작성되는 순간이었다. 공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거대한 함성이 포항경기장을 뒤흔들었다. 이것은 한·일 통합 559호 홈런이었다.
대기록을 축하하는 축포 400발이 터지고, 전광판에는 ‘400’이란 숫자가 반짝였다. 이승엽의 400호 홈런이 만들어지는 감격의 순간에 두 개의 다른 모습의 영상이 표출됐다.
그의 아내는 박수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웃지도 않고 수없이 눈물을 흘렸다. 한 쪽은 마음껏 웃고, 다른 쪽은 눈물을 훔친다.
그 순간에 자식의 성장과정에 얽힌 부모의 심정이 너무 무겁고 아팠을까? 그 누구보다 기뻤을 70대 아버지의 눈물 훔치는 모습은 우리나라 아버지의 전형일까?
2014-20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를 꺾고 축배를 들었다. 그 동안 족적(足跡)과 경기 운영과정의 산물에 따라 한 쪽은 경기장을 환호로 수놓았지만, 다른 쪽은 처참함에 눈물과 함께 어둠의 동굴을 걸었다. 이들은 동굴에서 내일의 축배를 위해 자신들을 끊임없이 단련시킬 것이다.
주석의 발자취와 관련한 몇 가지 사건이 있다. 1851년 한 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을 수리할 때 오르간의 주된 음전의 파이프 표면에 수많은 잿빛의 흠집이 관찰됐다.
또 관세창고에 보관해 뒀던 주석 막대 중 상당수가 분해되었다. 군대의 병참창고에 저장되어 있던 주석제의 단추가 대부분 형태도 없이 분해돼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19세기 러시아의 박물관에서 주석으로 된 그릇의 일부에 종기 같은 돌기가 생겨 팽창하면서 부서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주석이 처한 환경 변화에 의해 본질이 변한 것이었다.
순수한 백색 주석을 13℃ 이하로 냉각시키면 회색의 가루로 변화된다. 물론 -40℃ 정도로 온도가 떨어지면 주석은 더 쉽게 변한다. 이 변화가 시작되면 삽시간에 주석 전체가 병들어 부스럼 딱지로 덮여버린다. 이처럼 주석도 자신의 족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부터 이런 질병을 주석의 부스럼, 주석의 전염병, 또는 주석 페스트 등으로 불러왔다. 이 부스럼과 인체에 발생하는 천연두는 유사성이 많으며, 주석의 부스럼도 옮는다.
주석은 인류가 광석에서 분리해 낸 금속 중에서 납 다음으로 오래된 금속이다. 인류는 기원전 3000년경에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bronze)을 합성했다. 이로써 석기시대를 뛰어넘어 청동기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것은 공기와 접촉해도 잘 변하지 않으며 쉽게 녹기 때문에 주조성이 뛰어나다. 그래서 이것은 철·철강·구리 등의 표면 도금에 쓰였다. 특히 철의 표면에 주석을 도금한 것을 양철(tin plate)라고 한다.
유기주석 화합물은 살균제 또는 살충제의 주성분으로 사용된다. 또한 주석은 전자공업 또는 통신기기 도금 후의 납땜질, 합금, 활자합금 등에도 사용된다.
한 사람의 삶의 발자취에 따라 웃음과 눈물이란 감정의 표현 양상은 다르며, 내일의 발전을 위한 자정작용이고 다짐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환경 변화에 따른 물질의 변화는 대체로 주석처럼 인간의 삶을 슬프게 한다. 그래서 물질의 특성을 파악한 후에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이며 삶의 지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