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정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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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라는 치료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가 한달 째 대한민국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전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전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방역 시스템은 붕괴됐고 대한민국 최고를 자랑하는 대형 병원이 메르스 감염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허브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의지할 데 없는 국민들은 오로지 손 세정제와 마스크만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수단이 됐고 스스로 외부와 접촉을 차단하는 각자도생의 생존방식이 결국은 우리 경제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의료 선진국으로 사스와 에볼라 감염 예방 선도국이라는 국제적 명성마저 잃어버리고 하루 아침에 전염병 대처 실패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더욱이 오는 9월 서울에서 열릴 2차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회의는 전 세계에 우리의 메르스 방역 실패담을 알려야할 망신을 사게 됐다.

앞으로 누가, 어떻게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할 것인가가 또 다른 정치 이슈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메르스 감염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20일부터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사망자와 확진 환자, 자가 격리자의 수는 나날이 늘어갈 뿐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메르스 정보를 투명하게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메르스 확산의 제1 원인인 것은 이미 객관적인 사실로 평가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민들은 이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가와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됐다. 정부로서는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이다.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겠다는 보건당국 최고 책임자의 말이 무색하게도 정부에 이미 국민 불신이라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린 셈이다.

이와 함께 메르스 이전에 형성됐던 청와대와 여당 간, 야당 내부 간의 갈등과 투쟁 양상에도, 유력 정치인에 대한 국민 지지도에도 메르스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의 90%는 정부의 메르스 정보공개가 투명하지도 신속하지도 않다고 보고 있고 정부가 제시한 메르스 대책에 대해서도 10명 중 7명 가량이 신뢰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2주 사이에 10%포인트 이상 폭락해 30%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비선실세 국정 개입 논란이 일었던 시기에 이어 3번째이다. 정당 지지도 역시 출렁이고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하며 30% 중반대로 추락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늘 그렇듯이 반사이익으로 6주 만에 30%대를 회복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순위 역시 바꿔 놓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개월만에 1위로 올라선 반면 김무성 대표는 2주 연속 하락하며 2위로 내려앉았고 문재인 대표 역시 3위로 한 계단 내려섰다.

메르스 방역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 청와대와 정부는 방역의 타이밍을 놓치고도 대통령 이미지 제고에 더 큰 관심을 두려하고, 집권 여당은 메르스에 선제적 대응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정치 공세에 화력을 집중하고, 야당은 친노-비노 간 막말로 내부 전쟁을 치르느라 바쁘다.

하루하루 생사를 넘나들며 외롭게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없다. 정치권은 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음에도 오로지 너를 끌어내려야 내가 올라 갈수 있다는 논리만이 지배하는 곳임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이 가장 먼저 메르스의 정치적 영향력을 눈치챈 모양이다. 어차피 정치권은 메르스 방역에 이렇다 할 일도 없는 터에 메르스 진압 이후의 정치 상황이 더 걱정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강영진.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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